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내수시장을 먹고 성장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이제 국외로까지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시내버스를 살펴보면 상당수의 버스가 전기버스로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대중교통에서부터 내연기관의 퇴출을 추진하며 전기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기존 디젤, 천연가스 버스보다 훨씬 비싼 전기버스의 가격 때문에 운수업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금액의 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막대한 전기버스 보조금의 상당분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내 전기버스보다 중국 내 전기차 보조금 덕분에 훨씬 저렴한 중국산 전기버스가 대량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내 전기버스 보조금이 중국 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전기버스 500여대가 팔렸을 때 중국 버스 비중은 2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000여대가 팔렸을 때 중국 버스 비중은 40%를 돌파했습니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은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닌 생산업체에 지급되어 여타 해외 전기차들보다 저렴한 출고가를 가지고 있기에 발생한 문제였는데요.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중국 업체들만 배불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참다못한 정부에서 칼을 빼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올해부터 그동안 전기버스를 대상으로 지급해왔던 보조금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전기버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바뀐 기준대로 보조금이 차등 지급되게 된다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는 국산 전기버스는 여전히 보조금을 100% 수령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저렴하나 에너지 밀도가 훨씬 낮은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대부분 에너지 밀도가 400Wh/L 미만이기 때문에 보조금을 50%밖에 수령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산 전기버스가 받아왔던 보조금이 확 줄어 국내 전기버스 가격보다 약 4,000만원 가량 더 비싸지게 되는데요.
배터리 성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산 전기버스가 가격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소식에 한국으로 수출하던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일부 중국 전기버스 업체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서 서한까지 보내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가장 차별적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유지해왔었던 곳이 중국인데, 정말 뻔뻔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데요.
게다가 이번 전기버스 보조금 개정은 전기차 배터리의 품질을 발전시키는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글로벌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편협되지 않은 법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삼원계 배터리를 중국 배터리 업계는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요.

둘 다 리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리튬이온 배터리인 것은 동일하나 배터리에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 소재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발트를 양극재로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중국 LFP 배터리는 저렴한 철을 양극재로 사용하여 배터리 생산 단가를 약 30%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원자재 수급의 용의성으로 LFP 배터리는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기업들은 왜 LFP 배터리 대신 삼원계 배터리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바로 높은 에너지밀도 때문입니다. 동일 면적 높은 에너지 효율은 주행거리 확보로 이어지게 됩니다.

LFP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은 삼원계의 60%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국 완성차 업계는 LFP 배터리의 한계를 더 많은 셀을 탑재해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그만큼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와 공간이 늘어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럽, 미국, 한국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가들에서는 LFP 배터리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요.
LFP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기술적인 한계가 명확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마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중국 전기차 보조금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거의 내수시장으로 돌아간다곤 하지만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세계적인 규모가 될 수 있었던 것 중국 보조금 정책이 큰 역할을 수행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겠다 선언해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큰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는 중국산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했고, 2009년 500대에 불과했던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352만대로 늘어났습니다.
전 새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을 중국에서 차지한 것이었으니,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법도 한데요.
하지만 외부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경쟁자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특허를 통해 중국 전기차 기술력을 분석한 보고서 발표했었는데요.
미 특허청에 등록된 중국 특허를 한국, 미국과 비교하여 중국 전기차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의 실제 전기차 기술력은 수준 미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국 전기차 특허를 질적으로 AAA 등급부터 C등급까지 9등급으로 구분하여 분류한 결과 활용성이 우수한 A등급 이상의 중국 특허는 18.7%에 그쳤고, 활용 가치가 적은 CCC 등급 이하의 표기 대상 특허는 24.4%에 달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불필요한 특허를 남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게다가 30개로 구분된 전기차의 기술 중 중국의 특허는 절반 정도에 집중되어 있어 중국의 전기차 기술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부족한 나머지 기술력은 부품 수입과 한 단계 낮은 기술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결과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기술력은 국제적인 수준에 비교해서 양과 질 모두 상당히 뒤쳐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 제조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인 소프트웨어, 전기모터, 기계 부품 등에서 기술혁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국 전기차는 가성비 좋은 자국산 배터리와 배터리팩 관련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나 나머지 전기차 제조 기술에 있어서는 한국,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자신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정부가 등 떠밀고 있는데도 해외 진출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휘청거리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전기차 기업들이 저력을 발휘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한국의 자동차들의 유럽과 미국 도로를 거침없이 누비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전기차 수출은 세계 4위를 달성했고, 미국에서는 테슬라에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왔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음, 진동 등 자동차 고유의 기술에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내수시장에 의존해온 중국 역시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100년 역사를 가진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과 정면으로 맞서 싸워왔던 한국 전기차 업계가 우물 안 개구리 중국에게 한국의 매운맛을 제대로 못 보여줄 거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