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년 만에 개발된 일본의 새 대형 로켓 H3의 발사가 불발로 끝났습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는 17일 오전 10시 37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3 발사를 시도했는데요.
로켓 발사대에서 하얀 연기만 치솟을 뿐 기체가 날아오르지 못했습니다.
실패 후 JAXA는 “메인 엔진은 점화됐지만, 로켓 양쪽에 붙어있는 보조 로켓이 점화되지 않은 듯하다.
상황 파악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안내방송을 했습니다.
JAXA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오늘 발사는 어려울 것 같다. 아직 발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가 아니라, 발사 중지”라고 말했는데요. 원인을 파악하는 대로 다시 발사를 시도한다는 방침입니다.

H3 로켓은 현재 H2A의 후속 기종으로 JAXA와 미쓰비시 중공업이 2014년부터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NHK 방송은 일본의 대형 로켓으로는 H2 이후 30여년 만에 신규 개발이다. 개발비는 약 2조원이며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H3는 일본 정부의 차기 주력 대형 로켓으로 추후 인공위성 발사와 우주 개발에 활용될 예정으로 연간 5기 안팎의 발사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번 실패로 인해 계획이 미뤄지게 되었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도 “발사가 지연되면 정부의 우주 전략의 재검토도 요구된다”며 자국을 꼬집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로켓이 실패한 것은 근래 들어서만 벌써 4번째입니다.
2018년엔 민간개발원 전봇대 크기의 소형 로켓이 발사 6초 만에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2019년에도 민간 개발한 소형 로켓이 발사지점에서 9Km 떨어진 위치에서 엔진이 긴급 정지해 바다에 수장되며 허망하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민간업체의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을 뿐 국가 주도 사업과는 별개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소형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 6호기가 발사 6분 만에 이상을 감지하고 자폭해 버리는 사건이 일어나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일본이 JAXA 주도로 만들어 날린 국가 주도 로켓 사업에 첫 번째 실패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번에 H3까지 실패하자 일본에서는 자국 우주산업의 수준에 대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 일본은 입실론 시리즈로 타국의 위성을 대신 궤도에 올려주는 수주 사업을 벌이면서 쏠쏠한 돈과 명예를 벌어왔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실패에, 내부에서도 우주 사업에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우주 사업은 언제나 실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미 한참 옛날에 사람이 달 표면을 밟았고 달 탐사선을 보내기도 했으며 태양계 밖으로까지 인류의 피조물을 날려 보냈지만 여전히 궤도에 위성 하나 올리는 것조차 툭하면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늘 기술을 발전시켜서 그 첨단에 있어야만 그나마 성공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번에 일본이 로켓 발사의 실패한 원인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H3의 발사 실패가 치명적인 점은 발사 시퀀스 도중에 실패 판정이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발사가 실패하더라도 메인 엔진의 이미 불이 붙은 상태에서 땅에서 뜨지조차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습니다.

발사 타이밍에 맞춘 엔진의 순차적인 점화 정도는 그다지 제어하기 어려운 영역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발사 시퀀스가 전자적으로 제어된다면 좀처럼 발생하지 않을 문제라서 일각에서는 일본이 아직도 냉전 시대처럼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로켓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입니다.
실패 확률이 극히 높고 실패하면 대부분 폭발해서 남는 것이 남는 게 로켓을 포함한 항공우주산업이라서 로켓에 들어가는 전자기기는 기술의 수준에 비해서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긴 합니다
하지만 유인 탐사선도 아닌 로켓인데다가, 일본이 로켓 한 두 번 날려본 나라도 아닌데 점화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은 현대 항공우주의 기본인 전자적 신호로 제어되는 디지털 시스템조차 적용되지 않은 구식 설계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메인 엔진 기동 후에 발사가 중지된 것은 1994년에 H2 로켓 2호기 이래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JAXA는 결코 발사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발사를 중지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심지어는 기자회견에서 발사 실패의 원인을 물어본 기자를 비국민으로 낙인찍고 조리돌림까지 하며, 마치 발사 중지라고 일단 우겨놓으면 실패가 아니게 된다는 듯이,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일본입니다.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추한 정신 승리라서 일본 내부에서도 무리수를 둔다고 욕을 먹고 있는데요.

이러니 오히려 언론 측이 나서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나섰습니다.
옆 나라 한국만 작년에는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키고, 올해는 고체연료 발사체와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성공시키면서 엄청난 속도로 항공우주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국책 사업이라면서 정신승리나하며 답보 상태로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인데요.

이제는 북한마저도 탄도미사일을 날려대는 와중에 자기들은 자꾸 로켓 발사에 실패하니, 일본은 언제 뒤처질까 불안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기술의 세계는 현실에 안주한다면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며, 한국처럼 언제나 최첨단을 달리려 노력해야만 마지막에 승자가 되는 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