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름은 각력(角力)이라고도 부르는데 고려시대에는 오락용 씨름을 각력희(角力?)라고 부르곤 했다는 것을 『고려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씨름이 등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문헌 기록이기도 합니다.
씨름이 힘을 겨루는 수단 중 하나로 여겨져 군사를 뽑거나 승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는 사실도 기록으로 남아있으며, 고대 한반도에서부터 이어져 유수한 역사를 갖고 있고 두 명의 선수가 힘과 기술을 겨루며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민중 오락으로써의 역할을 해왔던 우리 민속 씨름의 의미를 일본에서는 가볍게 매도해왔습니다.

2018년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던 해에는 이와 같은 일본인들의 만행이 특히나 더 심해지며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한국이 유네스코에 뒷돈을 준 것이 틀림없다.”
“일본의 스모가 부러운 한국의 씨름”
“씨름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면, 세계 어떤 나라의 운동이 등록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일본인들은 갖은 폄하를 곁들이며 씨름을 깎아내리는데 전력을 다했고 이러한 태도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부터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국기인 스모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자부심을 표출하기 위해 그들은 줄고 언뜻 보면 스모와 비슷해 보이는 한국의 스포츠인 씨름과의 비교를 일삼아 왔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늘상 스모의 강점만을 부각시키며 씨름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이에 많은 한국인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스모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똘똘 뭉친 일본인들마저 한번 보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마법의 영상이 존재했는데요.
그야말로 일순간에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그대로 꺾어 버린 이 영상은 과거 우리나라의 한 방송사가 한국의 내로라하는 씨름선수들을 데리고 일본에 방문해 일본의 스모 선수들과 대결했던 프로그램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영상의 초반, 프로그램에는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낯익은 씨름선수 출신의 연예인들이 얼굴을 비추는데요. 갓 일본에 도착한 듯한 모습의 그들은 스모 경기장의 들어가기에 앞서 다소 긴장된 듯 굳어진 포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씨름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타국의 전통 스포츠를 배워 현지 선수와 대결을 하기에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출연진들이 스모 경기장에 들어선 뒤 마주친 일본 프로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는데요.

평소 씨름 자체를 스모의 아류라고 판단해왔던 일본인들의 경향에 더불어, 처음 스모를 배운 이들에게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한 듯 스모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꿋꿋한 자존심을 내세우던 스모 선수들이 평소 업신여기던 한국을 향해 망언을 퍼부었던 사례들이 종종 보도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었던 때였습니다.
일례로, 일본 스모의 최고봉인 ‘요코즈나’의 자리에 올랐던 아사쇼류 아키노리 선수의 경우, 현재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기자에게 “김치 같은 놈”이라며 각종 욕설을 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긴 적도 있었습니다.

아사쇼류에게 모욕을 당했던 한국인은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인 ‘닛칸 스포츠’에 근무하고 있었고, 스모를 담당으로 취재하던 기자였는데요.
사실 이 한국인 기자가 아사쇼류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 23살이었던 사사 교류가 아내와 결혼해 첫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이에 닛칸 스포츠에서는 “아사쇼류 첫 아이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부인이 아이를 출산한 내용을 보도했었는데요.
이 기사에는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는 내용과 함께 아이가 태어나며 더욱 힘을 얻은 아사쇼류가 여름 대회를 제패했다는, 그야말로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내용이 실려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는 이 기사를 이유로 들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평소처럼 훈련장에 도착한 그는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 무리 중, 닛칸 스포츠의 명찰을 달고 있는 한국인을 발견했고, 대뜸 “이 자식 왜 그런 기사를 썼어? 누가 한국인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라며 한국인 기자를 위협했다고 하는데요.
유학생의 신분으로 일본에 넘어간 뒤, 닛칸 스포츠에서 근무하고 있던 해당 기자는 당황스러움을 감춘 채 기사의 배경과 내용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아사쇼류의 위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기에 더 강도 높은 욕설을 더하기 시작했는데요.
“김치 같은 놈”, ”바보 같고 재수 없는 놈.”
자신의 삶을 축복하는 기사가 언짢았던 것인지, 혹은 마침 자신의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의 명찰을 단 기자가 한국인이었던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자세한 연유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사쇼류는 단순히 기사에 대한 불만 표출하는 것을 넘어,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폭언을 끊임없이 이어 나갔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이러한 행동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그는 약 10년 후에도 자신의 SNS에 “망할 한국, 김치 자식들!”이라는 글을 남겨 많은 이들의 인상을 쓰게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아사쇼류의 사례는 단편적인 예시에 불과했지만, 일본의 자부심인 스모, 그 스모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의 지나친 자신감과 한국을 평가절하하는 그들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방송사의 구성에 따라 스모 경기장에 들어선 한국 출연진들이 마주해야 했던 스모 선수들의 여유로운 표정에서는 그만큼 다채로운 의미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스모 선수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국의 출연진들이 부여받은 시간은 단 몇십분, 사실 새로운 스포츠를 익히기에는 무척이나 부족한 시간이었는데요.
하지만 한국의 자존심을 등에 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고, 이내 스모 복장을 입은 채 경기장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첫 세트는 일본의 스모 선수가 승기를 잡았습니다.

스모 특유의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일본의 선수는 한국의 출연진을 거세게 압박했고, 결국 한국의 출연진은 경기장 밖으로 몇 차례 밀려나며 승리를 내주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패배한 한국의 출연진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경기를 마쳤으나, 이를 지켜보던 다른 출연진들에게서는 남모를 투지가 엿보였습니다.
이후 시작된 두 번째 세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승부의 막이 열렸지만 역시나 경기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곧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의 스모 선수는 자신의 온갖 기술을 활용해 한국 출연진을 압박하기 시작했지만, 두 번째 세트는 첫 세트와는 다른 기류로 흘러갔습니다.

한국 출연진은 이전보다 단단한 방어와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며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였고 그렇게 2세트 첫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패배의 자존심이 상한 스모 선수는 이어진 두 번째 경기에서 마치 실전 경기를 하는 듯 한국 출연진의 가슴을 세게 강타하며 경기에 임했고, 이에 한국 출연진은 다시금 승리를 내주어야 했는데요.
하지만 시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진 한국의 씨름 장사 출신의 출연진은 이런 스모 선수의 태도에 대단한 투지를 불태우게 되는데요.
그렇게 마지막 경기는 양 선수의 열의가 눈에 보일 듯 뜨겁게 달아오른 상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일본 선수는 저돌적으로 달려들며 한국 출연진을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고자 했지만, 이미 두 차례 합을 맞춰본 한국 출연진은 짧은 시간 안에 노련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달려드는 스모 선수의 몸을 받아주다 가볍게 그의 힘을 흘려보냈고, 결국 일본 스모 선수는 그대로 추하게 꼬꾸라지며 패배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현지 홈그라운드, 불가 몇 십분에 불과했던 연습 시간, 모든 조건이 일본에 우위에 있었음에도 당시 방송에 출연했던 한국의 출연진들은 이렇게 당당히 한국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늘상 한국과 한국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을 비웃던 일본인들이지만, 일본의 자랑인 스모 선수를 고꾸라뜨리는 데 성공한 씨름의 위상 앞에서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씨름을 주 포맷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2020년 일본의 방송사인 KNTV에서는 한국에 방송되었던 예능인 “씨름의 희열”을 리메이크한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는데요.
당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스포츠 페이지보다 10배 이상의 페이지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일본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그렇게 일본에서는 스모가 아닌 무수한 한국 씨름 팬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토록 무시를 당해왔던 한국의 씨름이 당당히 하나의 문화로서 받아들여지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씨름이 한류의 순풍을 타며 나이지리아에서 씨름 대회가 열리는 등, 긍정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데요.

씨름은 비인기 스포츠라고 불리고 있지만 우리와 함께한 역사 깊은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입니다. 수백 년간 꿋꿋하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씨름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