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 내놔!!” 여성 강도가 은행 털었는데 영웅이 된 이유는??

한 여성이 권총을 들고 은행직원들에게 소리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강도로 보이는 이 여성이 레바논 시민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는 점인데요.

영상 속 주인공인 ‘살 리 하피즈’는 이 은행에 예금을 저축한 고객이었습니다. 언니의 암 치료비를 위해서 돈을 인출하려 했지만, 은행 측에서 추가 인출을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살 리 하피즈와 암에 걸린 그의 언니

현재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이 은행 부도를 막기 위해 예금인출 한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살리 하피즈는 조카의 장난감 총을 들고 예금자들과 함께 은행을 침입했던 것입니다.

최근 레바논에선 이처럼 은행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자신의 예금인출을 요구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레바논은 시리아,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면적은 경기도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나라인데요.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교역의 허브 역할을 했던 터라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여러 민족과 세력, 종교에 대해 개방적인 편인데요.

그 때문에 한때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가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명성은 무너졌고 레바논 경제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2020년에는 레바논 정부가 채권 12억 달러를 갚을 수 없다며 디폴트. 국가부도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레바논의 경제가 무너지게 된 주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레바논은 공식적으로 18개의 종교를 인정하는 이른바 모자이크 국가입니다. 이들을 크게 마론파 기독교, 시아파 무슬림,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3개의 종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1944년 레바논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의회 의장은 시아파, 총리는 수니파가 각각 맡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의회 의석도 기독교계와 무슬림이 6대5 비중으로 나누어서 갖기로 협의했는데요.

30년이 지난 1975년 권력의 중심에 있던 마론파 기독교계 주민에 대한 무슬림의 테러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마론파 기독교계 정당이 팔레스타인 난민을 학살하면서 내전이 시작되었는데요.

15년이 넘도록 이어진 내전은 20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난민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리고 1989년 타이프 협정을 통해 내전이 공식적으로 종료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레바논의 정치체제로 인해 종파의 리더급인 인물들이 국가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 종파의 이익에만 몰두해 부정부패는 계속됐는데요.

지난 2013년 총선을 예정했던 레바논은 당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안보 위협과 선거법 개정을 이유로 선거를 두 차례 연기했는데요. 그 기간이 무려 5년이었습니다.

주요 정당들이 기존 의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립하는 동안 민생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2015년에는 쓰레기 매립장의 포화상태를 정부가 방관하면서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는데요. 기본적인 정부의 기능조차 마비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때 레바논 정부의 행태에 분노한 5만여 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 문제는 최근까지도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도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레바논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1.6%를 기점으로 해서 2019년 -0.5%까지 하락했는데요.

하지만 레바논의 위기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레바논 역사상 어쩌면 최악의 해일지도 모를 2020년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습니다. 2019년 경제 위기와 팬데믹이 맞물리며 관광업에 많이 의존해온 레바논의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40%의 육박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2020년 3월 레바논은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이 정도만 돼도 이미 심각한 국가 위기인데요.

하지만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사건인데요. 2020년 8월 4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거대한 폭발은 200명 이상의 사망자와 6,500여 명의 부상자 그리고 18조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를 남겼는데요. 이 폭발 지점 근처에 있던 곡물창고까지 불에 타버리며 밀을 주식으로 하는 레바논의 식량난은 더욱 가중됐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보관돼 있던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 때문이었습니다. 폭탄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은 베이루트 항구의 100m 이내 건물을 모두 파괴했는데요. 실제로 이날 발생한 폭발은 히로시마 원폭의 20~30%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사고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점입니다.

2014년 레바논 세관은 베이루트 항구의 폭발 물질을 처리해 달라는 공문을 법원에 여러 차례 보낸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이를 방치했고 결국 폭발 사고까지 이어진 것인데요.

이 사실을 밝혀지자 분노에 찬 레바논 시민들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결국 하산 디아브 내각은 책임을 지고 총 사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정파 간 권력 다툼은 이어졌고, 결국 13개월 동안 국정 공백이 생깁니다. 이 기간에 레바논의 경제는 계속해서 악화했고, 2020년 레바논의 경제성장률은 -21%에 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2022년 식품 인플레이션이 240%에 달하며,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레바논 국민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요. 레바논은 밀의 8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 왔는데요.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곡물 수입이 어려워졌고, 가뜩이나 심각했던 식량난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여기에 화폐가치 폭락으로 기름을 비롯한 물자를 수입해오지 못하기 때문에 발전기를 가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레바논 국민들은 하루 22시간 정전이라는 엄청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2년 4월 레바논 정부는 IMF로부터 약 3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는데요.

이 합의에는 레바논 정부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파 간 다툼과 분열에 따른 정치적 혼란 속에 아직까지 집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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