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국내 순수 기술로 리튬 배터리용 초고순도 수산화리튬 대량생산에 성공했습니다.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입니다.
그동안 리튬 배터리용 초고순도 수산화리튬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했으며 그 중 중국산이 84%나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1일 국내 리튬 전문 소재 업체인 리튬플러스가 충남 금산에 있는 추부공장에서 초고순도 수산화 리튬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요.
국내 최초로 자동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인 이 공장은 각 공정에 투입된 장비도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설비로 이뤄졌습니다.

그 동안 국내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추진해왔던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방식인데요.
이번에 생산한 배터리 등급 수산화리튬은 자체 성분 분석 결과 순도가 99.995%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하는 하이니켈 NCM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2차전지 시장 급성장에 따라 글로벌 리튬 수요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 구매 관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 전기차 제조사는 캐나다, 칠레, 호주 등 FTA 파트너로부터 배터리 소재를 조달해야 합니다.

덕분에 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일제히 탈 중국화에 나서 중국 배터리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국내 업계 역시 IRA 대응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중국산 광물이 포함된 전기차는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나 다른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특허 기술만으로 배터리 등급 초고순도 수산화리튬 대량 생산공정을 설계 및 가동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 리튬 배터리가 국내 생산되면 국내 업체들에도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튬 원자재 난인데요. 내연기관 차량이 길어야 10년 안에 단종되고 전기차가 시장을 지배하리라는 예측과 함께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소재가 부상하면서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리튬의 국제 가격은 미국의 달러가 아닌 중국의 위안으로 책정될 만큼 세계 리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데요. 사실상 중국의 리튬 매장량은 5%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계 리튬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남미, 호주 등지의 리튬 광산을 미리 선점에 두고 중국으로 들여와 1차 가공 후 재수출하는 방식으로 세계 리튬 시장을 중국이 점유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역시 중국에서 생산하는 리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요.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와 함께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 받는 상황에 원자재를 계속 해외에 의존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리튬 생산국이 된 것입니다. 최근 포스코에서 구매했던 아르헨티나의 소금 호수에서 역대급 잭팟이 터졌습니다.
지난 2018년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했습니다. 이 염호는 생물이 살 수 없어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고 불리지만,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요.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볼리비아, 칠레와 인접한 전 세계 리튬의 65%가 매장되있는 ‘리튬 삼각지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염호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리벤트 호주의 갤럭시리소시스 등 자원개발 업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입니다.
리튬 매장량뿐만 아니라 리튬 농도 역시 전 세계 염호 가운데 최고 수준이기 때문인데요. 포스코는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북쪽 부분의 2만5,500헥타르에 대한 광산권을 2억8천만 달러(한화 약 3천1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이곳에는 약 220만 톤의 리튬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자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첫 삽이었기에 비싼 금액을 감수하고 투자한 것인데요.

그런데 글로벌 염수 리튬 전문 컨설팅업체인 미국 몽고메리가 약 2년간 탐사한 결과 기존 예측의 6배에 달하는 무려 1350만 톤의 리튬이 호수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이는 10만 톤의 수산화리튬을 30년 이상 지속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리튬양이며 수산화리튬 10만 톤은 전기차 약 240만대에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거기에 최근 리튬 가격이 최고치에 달하며 매장된 리튬이 최소 200조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수 금액의 600배가 넘는 초대박 상황이 펼쳐진 것인데요. 포스코는 2030년까지 체계적으로 생산공장을 완성해 자체 기술로 리튬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급증하며 최근 리튬 가격이 톤당 1억원을 넘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리튬 생산 기지를 건설해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외 고객사들의 리튬 공급 확대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최대 60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염수를 인공 연못에서 4개월 이상 햇볕에 노출해 물을 증발시키면 리튬이 함유된 농축액이 나오는데요.
여기에서 칼슘, 마그네슘 등 불순물을 제거해 인산 리튬을 생산하고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제조해 수출하는 것입니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인데요.

포스코 현지 공장은 아르헨티나 생산 공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1단계 공장이 완성되는 2024년이 되면 연간 2만5,000톤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예정이고, 현재 2단계 투자도 진행 중입니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2024년 말에는 생산 규모를 5만 톤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곳은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농도가 가장 짙은 데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리튬 생산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염호에 매장된 리튬은 한국이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염수리튬과 함께 광석리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2030년 국내 생산 능력까지 더하면 연 30만톤 생산체제를 완성해 리튬 글로벌 3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지 온불의 무에르토 지역엔 포스코 임직원과 건설 현장 직원 등을 포함해 1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옴브레 무에르토는 거주하기 힘든 척박한 땅입니다. 빠른 공장 건설을 위해 직원들은 버스로 편도 8시간씩을 오가며 텐트를 치고 현장을 개발해왔습니다. 이곳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해발 4000m 고지대로 해발고도가 너무 높아 조금만 있어도 어지럼증과 고산병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높은 해발고도 탓에 직원들은 10여 일간 고지대에 머물다가 10여 일을 저지대인 살타시에서 지내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경비행기가 오가고 기숙사와 식당 등 최소한의 인프라가 갖춰졌지만 극악의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비행기는 멈추고 공장건설이 중단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구조가 격변할 그날만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세계는 리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맞이했습니다. 중국이 지배하는 자원시장구조가 무너지고 한국이 21세기 자원부국으로 부상할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국 기업들의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