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인 줄 몰랐다 한국인들이 먹는 쇠 밥그릇의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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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집에서는 절대로 쓰지 않는 특이한 형태의 밥그릇이 있습니다. 바로 ‘스테인리스 밥그릇’인데요.

그럼에도 우리는 돈 주고 음식을 사 먹는 거의 모든 식당에서 이 밥그릇을 거의 매일같이 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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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의 특성상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뜨거운 밥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져 손가락이 뜨겁다 못해 데일 지경이고, 외관상 아무런 아름다움도 갖지 못했지만 참 고집스럽게 이 밥그릇에 밥을 주는데요.

여기에는 한국인의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독립을 맞이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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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토에서 전쟁이 났다는 것은 수많은 폭탄이 터졌고, 전투기의 폭격이 있었으며, 무수한 탱크가 쓸고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영토는 말 그대로 폐허가 되었습니다.

농사라고는 꿈도 꿀 수 없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늘 부족했기 때문에 1956년 농림부, 재무부, 내무부가 합의해 “1년 동안 50만 석에 달하는 쌀을 절약하자”면서 ‘절미운동’ 즉 쌀 절약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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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절미운동은 ‘혼분식 장려 운동’과 결합하는데요.

“흰쌀밥만 먹지 말고 보리와 섞어 먹거나 최소한 한 끼는 밀가루로 만든 요리를 먹자”는 것입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쌀만 먹는 것보다 영양이 높고, 경제적인 분식을 먹자”고 부르짖었지만 “모자라는 것은 덜 먹게 하고 남는 것은 더 먹게 하라”는 의도였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미국에서 남아도는 밀가루를 한국에 원조하기 시작했는데요.

밀가루에 비해 쌀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보 차원에서 부족한 쌀을 적게 먹고 넉넉한 밀가루를 먹도록 권장했던 것인데요.

이때부터 나비효과가 시작됩니다.

남아도는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떡볶이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것도,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전국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라면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분식의 인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 쇠 밥그릇에 밥을 먹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절미운동과 더불어 혼분식운동까지 전개했으나, 쌀 소비량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 않자 정부는 국민들의 밥그릇에 주목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한국인들의 밥그릇은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1890년대 프랑스 엽서에 실린 사진을 보면 밥그릇이 얼굴만큼이나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도자기 업체인 젠한국이 시대별 밥그릇 크기를 비교한 사진을 보면 오히려 옛날 시대의 밥그릇이 훨씬 더 컸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쌀 소비를 줄이자고 권했던 1960년대의 밥그릇은 현재 우리가 먹는 밥그릇의 크기에 두배 가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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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먹어야 힘쓴다며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꼭꼭 눌러 산꼭대기처럼 만든 고공 밥을 퍼주셨으니 정부의 노력에도 쌀 소비가 크게 줄지 않은 것인데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계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아예 작게 만든 밥그릇을 표준으로 만들어 보급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결국 정부 주도하에 규격화된 밥그릇이 정해지게 됩니다.

통제 대상은 일반 가정이 아닌 음식점인데요. 1973년 서울시는 서울 시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지름 11.5cm 높이 7.5cm의 밥그릇을 사용하도록 권했는데요. 강제성이 없는 일종의 캠페인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음식점이 없었습니다.

이에 1974년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돌솥 밥을 금지하고 무조건 스테인리스 밥공기만 사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1976년에는 서울시 전체 음식점이 지름 10.5cm 높이 6cm에 스테인리스 밥공기만 사용하도록 의무 규정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기준을 1회 어기면 1개월 영업정지, 2회 위반이면 허가취소라는 엄포를 놓으니 따르지 않을 식당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어 1981년부터 서울시의 밥공기 규격이 전국으로 적용되면서 대부분의 음식점이 같은 밥그릇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2012년부터는 지름 9.5cm 높이 5.5 cm에 더 작은 밥공기가 대부분의 음식점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음식점이기는 하지만 음식점의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겁니다.

사실 현재에는 ‘쌀 부족 현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강제 규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스테인리스 밥공기를 사용하는데요. 가볍고, 튼튼하고, 관리가 쉬운데다 동일한 용량의 밥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80년대 중반에 온장고가 보급화되면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바쁘게 밥을 푸지 않고 미리 퍼 두었다가 온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는 효율성까지 더해졌으니 굳이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서구화된 식사로 인해 한국인들의 밥 소비량은 상당히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인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조사됐습니다. 1년 전에 비해 0.8kg, 1991년의 116.3 kg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인데요.

그러나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 해서 우리가 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괜히 한국인이 밥에 민족은 아닙니다. 매일 먹는 밥이 지겨워 파스타나 치킨을 먹기도 하지만 밥이 주식이 아닌 국가에 있으면 꼭 찾는 것이 라면과 밥입니다.

선조들의 밥심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더 발전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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