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로 딸 내외를 한꺼번에 잃은 경북 문경의 한 노부부는 장기기증으로 절박한 처지에 있던 환자들이 새 삶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말로 표현 못할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문을 열고 딸이 돌아올 것만 같다던 부부는 아직도 딸의 장기를 받은 이들이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부부는 언젠가 이식인을 보게 된다면 딸을 다시 만난 것처럼 꼭 안아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부부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도저히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토록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인 장기기증을 하고도 이식인이 누군지 알지 못해 평생 생각만 하는 기증자 가족들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가족의 장기를 받아 잘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느낄 수 있는 작은 뿌듯함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슬픈 현실입니다.

이식인들이 다시 생명을 되찾았을 거라는 생각에 마치 가족이 살아난 것처럼 기쁘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마음이 아픈데요.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장기 기증자 가족과 이식인 가족의 만남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오랜 세월 끝에 기증자 가족이 이식인을 만나 가슴에서 뛰는 심장 소리를 듣고 오열하는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남성의 심장을 기증받아 새 삶을 찾은 미국의 한 여성의 이야기인데요.

심장을 기증받아 새 삶을 찾은 미국의 한 여성은 이식수술 11년 만에 남성의 가족과 만났습니다.
오하이오주에 사는 돈나 하퍼는 2006년 어느 날, 소중한 아들 매튜 보일렌(당시 22살)을 교통사고로 잃었는데요.

매튜에게는 어린 두 딸이 있었습니다.
유가족은 매튜의 심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하였는데요.
이는 평소 매튜의 바람이었습니다. 매튜의 심장을 받은 수혜자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루시 보에니츠였습니다.
매튜의 가족은 수혜자인 루시를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무려 수술 11년 만이었는데요.

교사로 일하는 루시는 지난 주말 매튜의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결국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루시 가슴에서 뛰는 아들의 심장 소리를 들은 돈나와 그의 가족도 울음을 참지 못했는데요.

어느새 12살이 된 매튜의 딸은 기억도 나지 않는 아버지의 존재를 다른 사람 가슴 속에서 느꼈습니다.
매튜의 심장을 간직한 루시는 “매튜는 신께서 내려보내신 선물이었다”며 “날마다 그의 존재를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진기로 아들의 존재를 느낀 돈나는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매튜의 누나들은 “동생은 가족을 사랑하고 세상을 다르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자기 심장이 가기를 원했다”고 말했는데요.
루시는 “항상 매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루시는 이따금 매튜가 자기에게 심장을 내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항상 생각한다고 전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이런 일을 볼 수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기증자 가족·이식인 만남과 정보공개가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기 때문인데요.
내 가족이 누군가의 장기기증 덕분에 살아도 그 상대가 누군지 알 길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도너 패밀리 모임에 기증자 가족과 이식인 가족이 참석하지만, 이들도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았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인데요. 기증자 가족이라는 것과 누군가에게 장기를 이식받았다는 사실만 알 뿐입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비록 자기 가족에게 직접 장기를 받은 이식인은 아니지만, 그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걸 보면서 내 가족의 장기를 받은 누군가도 어딘가에 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자 가족은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장기 적출 후 기증자 가족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이식인의 나이와 성별이 전부입니다.

미국처럼 장기기증 관련 기관을 거쳐 편지라도 교류하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는데요.
기증자 가족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자긍심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부작용이 없다면 편지 교환에서 시작해 대면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