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국내 여론을 충격에 빠트리게 한 역대급 발표가 나왔는데요. 바로 수년째 연구 단계에서 표류 중이던 한국형 항공모함 건조 계획이 폐지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3년도 항모 관련 예산이 ‘0원’으로 발표된 것인데요. 이렇게 갑자기 우리 해군의 숙원 사업이 백지화된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란의 불씨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사그라졌는데요.
지난 9월 19일 대한민국의 운명을 뒤바꿀 아주 중요한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바로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던져진 “국내 함재기 개발에 KAI에서 개발한 KF-21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이었는데요.
그리고 이에 대한 합참의장의 대답은 “예” 단 한마디였습니다.

얼핏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짧은 문답이 의미하는 바는 상상 이상입니다. 우선 당장 눈에 보이는 건 KF-21의 함재기형이 개발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DX 코리아 2022에서 모형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KF-21 N인데요.
그리고 이는 당연히 한국형 항모에 탑재하기 위함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단순히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 함재기를 개발할 리는 없습니다.

심지어 KF-21 N의 국내 개발 가능성 연구는 ‘개발 가능’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고 있으며, 정황상 KF-21 N이 한국형 항모의 함재기로 결정된 셈인데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한국형 항모는 중형 항모 이상의 크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합참의장은 경하 배수량 3만 톤 급 경항모 크기로는 KF-21 N을 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는데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항모를 단순히 함재기를 옮기는 운송 수단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면 중형 항모가 필수적이기 때문인데요. 경항모에서는 수직 이착륙기가 아닌 함재기를 이함 시킬 수 없습니다.

사실 이것이 한국의 항목 계획이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데요. 일례로 경항모 계획이 최초 제안되었을 때 우리 군에서는 F-35B를 함재기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유 없이 오직 현존하는 유일한 수직 이착륙기라서인데요.

현대 전투기가 이륙하기 위해서 최소 1,200~1,500m의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장만 1,500m가 넘는 함선을 만드는 건 당연히 불가능한데요.
함선은 배수량과 관계없이 물리적인 한계상 크기의 제한이 뚜렷합니다.
대표적으로 니미츠급만 봐도 배수량이 10만 톤이 넘는 대형 항모지만 총장은 332m가 조금 넘으며, 반대로 중국의 랴오닝함은 54,500톤의 중형 항모지만 크기는 별 차이가 없는 306.4m입니다.
즉 아무리 항모의 크기를 키워봐야 300m 남짓이 한계라는 건데요. 그래서 항모는 짧은 활주로를 극복하기 위해 맞바람, 스키 점프대, 캐터펄트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수량 3만톤급 경항모는 전장이 300m 미만이라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함재기를 이함 시킬 수 없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F-35B가 강제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F-35B는 수직이착륙기라는 특성상 무장과 연료 탑재량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일반적인 공군용 기본형인 F-35A의 최대 이륙 중량은 31,751kg이지만 F-35B는 그보다 약 4.5톤이나 적은 27,215kg의 불가합니다.
더군다나 호버링 시 무려 181kN나 되는 추력을 발생시키는 P&W F135-PW-600 터보팬 엔진을 수직으로 꺾었다 폈다 하니 정비 등이 대단히 까다로운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F-35B는 미국의 최신예 기체인 만큼 미국의 간섭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당장 정비만 봐도 F-35B는 오직 호주, 일본에서만 창정비가 가능하고 미국 보안 규정상 우리가 원하는 무장을 마음대로 장착하기도 어렵습니다. 즉, F-35B의 어떤 미사일을 탑재할지 미국이 결정한다는 건데요.

게다가 F-35B는 단순히 도입한다고 끝이 아닙니다. F-35B 같은 현대 전투기에 새로운 무장을 탑재하고 사용하기 위해선 인티그레이션이라는 컴퓨터의 보조가 필요한데요.
대한민국이 아무리 우수한 공대함, 공대지 무장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인티그레이션을 거치지 않는 이상 F-35B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과정에도 미국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한국의 함재기라고 부를 수 없는데요. 하지만 함재기 없는 항모는 레이더 달린 깡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KF-21 N과 함께 중형 항모를 건조하는 건 필연인데요. 하지만 아직 고민거리는 남았습니다. 결국은 함재기 이함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선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은 캐토바입니다. 함재기를 2초 만에 시속 270km로 날려 보내는 캐터펄트가 짧은 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능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아직 캐터펄트에 관한 기술이 전무합니다.
즉 미국의 C-13 캐터펄트나 전자기식 캐터펄트 EMALS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데요. 일례로 프랑스 샤를 드골함은 만재 42,500톤의 중형 항모지만 두 개의 C-13-3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F-21N과 마찬가지로 공군형과 함재기형이 동시에 개발된 라팔 M이 30대나 탑재됩니다.

현재 처음으로 중형 항모를 고민 중인 한국 입장에서는 귀감으로 삼을 만한 항모입니다.
하지만 C-13을 탑재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미국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또한 EMALS는 아직 미국도 제럴드 R. 포드급 항모에만 탑재한 최신예 기술로 원자력 추진이 아니면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합니다.

아직 원자력 추진이 불가능한 한국으로서는 그림이 떡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결국 가장 현실적이고 자유로운 방법은 스토바입니다.
만재 배수량 70,600톤의 영국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비록 F-35B를 함재기로 운영하긴 하지만 만재 배수량 20,710톤에 인빈시블급 경항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만큼 영국이 얼마나 절치부심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퀸 엘리자베스 함의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한 경납고입니다. F-35B만 최대 36대를 탑재할 수 있고 대잠 헬기 등을 포함하면 무려 60대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동급 배수량 항모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많은 탑재량인데요.

게다가 56개의 자동화 카트를 이용해 탄약 물자 등을 자동으로 갑판까지 수송할 수 있습니다. 이 덕에 함재기의 보급이 굉장히 빨라서 일일 평균 72회, 최대 110회의 압도적인 소피를 자랑합니다.
자동화 기술에 일가견이 있는 한국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보급 체계인데요.
이처럼 중형 항모로 건조계획이 넓혀지면서 대한민국 앞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문제 단 하나만 해결하면 모든 게 완벽한데요. 바로 지금 당장 중형 항모 건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형 항모는 너무 오랜 시간 계획 단계를 표류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연구개발을 시작하더라도 최소 10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우리 해군에서 사업 추진에 더 신경을 써서 하루빨리 시작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