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도요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입니다.
특히 도요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첫 번째 전기차가 주행 중 바퀴가 빠지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도요타의 명성에 치명타를 안기고 말았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도요타의 전기차가 비교적 짧은 거리를 주행한 뒤에도 모든 허브 볼트가 느슨해지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는데요.
그에 따라 지난 6월 도요타는 ‘달리는 중 바퀴를 고정하는 볼트가 느슨해지는 결함’이 발견된 전기차 bz4x를 전량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달리는 도중 바퀴가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결함인데요. 하지만 볼트가 느슨해지는 문제라면 고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도요타 역시 빠르게 리콜을 하겠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리콜을 통지받은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공했는데요.
도요타는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리콜된 bz4x를 보관하고 소유자에게 무상으로 다른 차량을 대여해 주며, 유류비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만큼 금방 해결될 이슈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에게 제공된 대체 차량 렌트비와 유류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견디다 못한 도요타는 결국 자신들이 내놓은 첫 번째 전기차에 대해 리콜 조치를 넘어서 전액 환불 조치를 결정하는 대굴욕을 당하게 됩니다.

한때 품질의 대명사로 불리던 도요타 자동차가 바퀴 볼트 때문에 리콜도 아닌 전액 환불 조치라는 결말을 맞게 된 것은 도요타가 품질, 기술력 모두를 놓쳤다고밖에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한국에 비해 전기차 전쟁에 뒤늦게 참전한 도요타는 이로써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고 말았습니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이번 환불 사태가 하이브리드차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전기차 전환을 꾸물대다가 뒤늦게 뛰어든 도요타의 전략이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요타는 최근 미국, 영국 정부와 대놓고 갈등을 드러내며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는데요. 도요타는 최근 영국에서 추진 중인 법안 때문에 영국 정부와 강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계획과 맞지 않을 경우 현지 공장을 철수 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발표했는데요.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 등 다수 매체들은, ‘도요타가 영국 정부를 향해 철수 가능성도 시사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도 도요타는 영국 공장에서 코롤라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 중이고 영국 버나스턴 생산시설에서 약3,0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입니다.
영국은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 휘발유,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고 하이브리드차 역시 오는 2035년까지만 판매를 허용할 방침입니다. 관련 입법 계획은 올해 말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전기차를 제외한 모든 차가 추후 판매 금지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 전량 환불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도요타에게 하이브리드는 마지막 희망이자, 유일한 자존심입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를 금지시켜 버린다면 이 같은 정책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도요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생존이 달린 문제인 것인데요.
하지만 영국도 이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총리 사퇴 이후 가뜩이나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도요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코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영국은 도요타와 완전 결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도요타에 등을 돌리는 반면, 한국에서 출시한 신형 자동차 모델의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쌍용자동차 무쏘의 후속 모델로 알려진 토레스입니다. SUV의 전설로 불리는 무쏘가 17년 뒤 부활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토레스는 사전 계약 신기록을 달성하며, 투싼보다 더 많은 사전 계약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토레스의 인기는 예상 밖의 파격적인 가격에다가 뉴트로 디자인과 편리한 사양 등이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최근 쌍용차가 토레스를 내놓자 소비자들은 무쏘의 후속이라며 반가워 했습니다.
1993년 등장한 쌍용차 무쏘는 쌍용이 4년 동안 3,200억 원을 투입해 만든 강력하고 단단한 SUV였습니다. 1993년 제품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쌍용차는 ‘무쏘 아프리카 대륙 횡단’을 시도했습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를 출발해 4개월 동안 모리타니, 나이지리아 등을 거쳐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도착하는 2만km의 여정이었습니다. 이 지옥의 랠리에서 무쏘는 내구성은 물론 도전정신을 내세우며 주목 받았는데요.

이후 국내에서 전설적인 SUV로 자리 잡았고 해외에도 수출됩니다. 무쏘의 외장 디자인은 영국 왕립 예술 대학의 켄 그린리 교수가 디자인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무쏘는 영국에서 꽤나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후 쌍용자동차는 영국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쏘의 후속으로 알려진 카이런이 실패하면서 단종되게 되는데요. 그런데 2016년 영국에서 10년 만에 무쏘가 부활했습니다.
쌍용자동차는 신형 코란도 스포츠를 출시했는데 이때 영국인들이 쌍용 본사에 특이한 요청을 하게 됩니다. 영국 시장에는 ‘무쏘’라는 이름이 인지도가 높으니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인데요.
이를 쌍용 본사가 받아들이면서 코란도 스포츠는 오직 영국에서만 무쏘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영국인들의 무쏘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최근까지도 영국인들의 쌍용자동차 사랑은 유별납니다.

영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쌍용차의 영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2배나 높아졌습니다.
특히 준대형 SUV모델 렉스턴의 인기가 성장세를 이끌었는데요. 렉스턴은 지난해 영국에서 굵직한 상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지난 1월 유럽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올해의 차 어워즈’에서 최고의 픽업에 선정됐고, 사륜구동 전문지 포바이포가 진행한 ‘2021 올해의 픽업 어워즈’에서 ‘최고 가치상’과 ‘최고의 개성 있는 자동차 부문’을 차지했는가 하면, 영국 자동차 전문지 디젤카&에코카 매거진이 선정한 ‘2021 올해의 톱50 자동차 어워즈’ 에서도 3년 연속 ‘최고의 픽업’에 선정됐습니다.

그리고 2022년 영국인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진짜 무쏘의 DNA를 이어받은 토레스가 출시되자 영국인들은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역시 토레스 영국 수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서 사라지는 도요타의 빈자리를 쌍용자동차가 차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