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TV 부문’1등 차지한 소니 TV 발표에 환호하던 일본인 시상자가 ‘삼성에 감사’ 전해 급 민망해진 이유

미국에서 전자제품 유통업체 밸류 일렉트로닉스가 주최. 색 전문가, 전문 리뷰어, 영상 과학자 등의 심사위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테스트 패턴과 영상을 시청해 올해 최고 TV를 선정하는 ‘TV 슛 아웃’ 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 ‘4K TV의 왕’으로 선정된 제품은 소니의 TV ‘A95K’ 였습니다. 2위는 삼성전자의 QD-OLED TV였고, 3위는 LG전자였습니다.

그런데 1위는 소니가 차지했는데 벨류 일렉트로닉스의 창립자인 로버트 존은 올해의 4K TV를 시상하며, 갑자기 ‘QD-OLED라는 진보된 기술을 선보인 것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감사를 표한다’며 삼성을 언급하며 소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위를 차지한 소니의 제품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탑재된 제품이기 때문에 껍데기만 소니였지, 사실상 삼성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1위는 소니인데 시상자가 대놓고 삼성에 감사를 표현한 것은 소니에 면박을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TV는 미국 유력 매체가 선정한 ‘올해 최고 제품’에도 대거 이름을 올렸는데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4개 항목을 통해 추천한 전체 TV 24개 중 삼성 제품이 7개로 가장 많았고, LG전자 제품도 6개가 선정돼 국내 기업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3위는 일본의 소니, 4위는 중국의 TCL이었습니다. 삼성과 LG 제품들은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부터 가성비 제품, 저가 제품까지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아 세계 TV 시장을 평정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TV 업체들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소니를 꺾고 최고 평가를 받아내며 일본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LG전자의 올레드 TV는 최근 일본 유력 영상,음향 전문지 하이비(HiVi)의 ‘2022년 여름 베스트바이 어워드’에서 ‘최고 올레드 TV’로 선정됐습니다.

소비자들의 화질 민감성이 높은 일본 TV 시장은 전 세계에서 TV 평균 판매단가가 가장 높은 시장입니다. 심지어 자국 전자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외국산 TV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LG TV는 도시바를 제치고 점유율 10%를 넘어 철옹성에 가까웠던 일본 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한때 세계 최고의 TV를 만들었던 소니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 버렸을까요. 2022년 8월 2일 소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990년대 거품경제 몰락의 후유증을 앓던 일본에서 소니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힘이 컸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등이 그의 손을 거쳤고, IT에 주목해 바이오란 브랜드로 노트북 산업에 재진출에 노트북으로도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독이 됐습니다. 성공의 취한 채 차세대 기술 개발에 등한시했던 소니는 TV 등 주력 상품에 대한 기술이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2002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소니를 넘어서기까지 했습니다.

2005년 결국 이데이 사장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소니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과거 성공을 잊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거에 심취해서 미래를 놓쳤다. 일본인이 지닌 전형적인 한계를 그 역시 뛰어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데이 사장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니는 변신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소니는 전자제품 기업이 아닙니다.

CD플레이어와 MP3를 거쳐 TV, 워크맨, 카메라 등의 기능이 총집합된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자, 소니의 가치가 빠르게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소니가 선택한 건 게임,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변신이었습니다.

10년에 걸쳐 변신을 도모한 끝에 최근에 소니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의 벽을 넘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 가운데 1조엔 고지를 밟은 것은 도요타뿐이었는데, 10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콘텐츠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이룬 성과였습니다.

전자 기업 경영진은 ‘졸면 죽는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만큼 순간의 결정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이야기인데요. 10년 전 전자 기업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던 소니의 결단은 일단 성공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니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자제품 시장의 왕좌는 삼성과 LG에게 내주고 전기차 시장의 킹메이커가 되기로 한 소니, 그런데 소니가 선택한 파트너는 혼다였습니다.

두 회사는 소니 혼다 모빌리티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혼다가 EV 차량의 설계, 개발, 판매를 담당하고 소니는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담당할 예정입니다.

혼다는 곧 자율주행 4단계가 본격화된다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이 차량 이동 중 게임이나 음악, 영화 등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즐길 거리를 찾게 될 것이고, 이 분야는 소니가 노하우가 있으니 소니와 손을 잡으면 완벽할 것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소니와 물밑 협상을 벌였습니다.

혼다와 소니의 전기차 동맹이 발표되자, 일본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혁신적 만남이라며 흥분했지만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소니와 혼다 전기차 동맹이 이제 겨우 센서를 개발하는 동안 한국의 현대차는 자동차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 폭스바겐을 제칠 정도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전기차 아이오닉5가 최근 독일의 대표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의 신형 전기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폭스바겐 ID.5와 볼보 폴스타2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입니다.

이 자동차 전문지는 바디와 안전성, 파워트레인, 경제성 등 7가지 항목에서 평가를 진행했는데요. 결과는 아이오닉5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이미 아이오닉5는 올해 4월에 테슬라 모델 Y, 포드 머스탱 마하-E를 제쳤고, 6월에는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현대의 전기차가 호평을 받을 정도로 초기 시장을 완전히 선점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미국 자동차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구매 패턴을 파악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는 ‘미국 제이디파워 상품성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모델들은 역대 가장 많은 7개 차종을 ‘차급별 최우수 모델’에 올렸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포르쉐에 이어 지난해와 같은 2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7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 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들 특히 그중에서도 혼다의 몰락이 눈에 띕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순위에서 렉서스와 아큐라 등 일본 업체는 단 한 곳도 산업 평균을 넘어서지 못했고, 차급별 최우수 모델도 도요타는 단 한개 모델만이 선정됐을 정도로 일본 브랜드에 대한 상품성 만족도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소니와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포한 혼다는 굴욕적이게도 18개 대상 브랜드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해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최하위 혼다를 파트너로 삼은 소니의 이번 선택이 커다란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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