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포기했지만 용기 냈던 ‘한 소년’을 위해 죽을힘 다해 약속 지킨 손흥민

걷는 게 쉽지 않은 한 소년이 공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섭니다. ‘생애 첫 슈팅’을 향한 도움닫기… 마침내 멈춰선 소녀는 한참 동안 공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년의 왼발이 힘껏 공을 때리고 반동으로 소년은 쓰러졌는데요.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골대를 향해 걸어가 보니 이미 골라인을 넘어 골이 되어 있습니다.

기뻐하는 소년과 가족들의 응원 소리가 가득한 이 골은 5살 소년 라일리 키스가 생애 처음으로 넣은 골이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멀리 골을 쏘며 득점 랭킹 단독 2위로 올라선 경기에서 손흥민이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요.

2022년 5월 1일 레스터 시티전에서 경기 후반 15분, 2번째 중거리 슈팅으로 원더골을 터트린 손흥민 선수. 정말 기가 막힌 골이었습니다. 뒤에서 지켜본 팀 동료 호이비에르마저 깜짝 놀라게 했던 엄청난 골이었는데요.

당연히 동료들은 모두 손흥민 선수에게 달려와서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함께했습니다. 그러곤 함께 카메라를 향해 손흥민의 전매특허 골 셀레브레이션 동작을 취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손흥민 선수는 자기만의 셀레브레이션을 하기 전, 살짝 그 이전과는 다른 동작을 취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 뒤에 특유의 찰칵 셀레브레이션 하긴 했습니다만, 평소와는 다른 그런 셀레브레이션 동작이어서 의아하게 여겼던 팬들이 많았는데요.

손흥민 선수가 이날 두 번째 골에서 보여준 다소 낯선 셀레브레이션은 앞서 소개 드렸던 5살짜리 토트넘 팬 라일리 키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습니다.

라일리의 아버지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아들이 힘든 발 걸음이지만 멋지게 슛을 날리는 모습의 축구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는데요. 이 영상에서 라일리는 손가락으로 원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합니다.

5살짜리 토트넘 팬 라일리 키스의 생애 첫 골 장면은 토트넘의 레전드인 미키 해저드의 트위터를 통해서 처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는데요.

그리고 곧바로 피파를 비롯한 수많은 SNS 계정이 감동적인 장면을 공유하면서 라일리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토트넘이 벤 데이비스와 조 로든을 급파해서 라일리를 응원하고 또 북런던 더비에 초대까지 하게 된 것인데요.

토트넘 구단은 소속팀 선수 벤 데이비스와 조 로든 이 라일리를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런던 북부 보어럼우드에 있는 라일리네 집에 방문한 두 선수는 이 자리에서 다가오는 북런던 더비 때 토트넘 스타디움에 라일리를 하프타임 시축자로 초청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자리에는 손흥민 선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꼬마 팬 라일리와 손흥민 선수의 인연이 생긴 것인지 궁금한데요.

이날 벤 데이비스와 조 로든와 함께 공을 차고 놀던 라일리가 골을 넣고 세상 깜찍한 셀레브레이션을 했는데, 바로 손흥민의 찰칵 셀레브레이션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얘기해주면 손흥민이 정말 좋아하겠다던 두 선수는 이 자리에서 바로 손흥민과 영상통화를 시도한 것인데요.

그리고 이날 라일리는 손흥민과 영상 통화를 하며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짧은 통화였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원더골을 넣은 후에는 워낙 흥분된 상황이라 아이의 세리머니를 잊을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 선수는 라일리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셀레브레이션을 잊지 않고 재현한 것입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손흥민 선수의 올바른 인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인데요. 손흥민 선수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너무 일찍 세상으로 나올 때만해도 라일리의 삶이 계속 이어질 거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라일리 부모는 의사들이 라일리가 출산 예정일보다 3달 일찍 태어난 직후 사실상 사망(의학적 사망한 상태) 진단까지 내리는 걸 들었어야 했다고 하는데요.

의사들이 심폐소생술을 3차례나 시도한 뒤에야 라일리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뇌성마비 진단을 받게 됐고 두 살이 되었을 무렵에는 아이는 앞으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영국 의료센터인 NHS에서는 더 이상 병원에서는 해줄 게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라일리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선택적 후신경근 절제술’이라는 수술을 받았는데요. 그 뒤로 조금씩 차도가 있어 발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가 이렇게 제 발로 걷게 되고, 또 왼발로 골까지 넣은 뒤에 손흥민 셀레브레이션을 따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된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감격적이었을지 감히 상상이 안 되는데요.

축구를 통해서 축구공을 차고 싶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도 어떻게 보면 몸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축구와 토트넘 그리고 손흥민 선수의 찰칵 셀러브레이션을 사랑하는 라일리는 예정대로 지난 5월 13일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 하프타임 시축에서 페널티킥을 멋지게 성공시킨 후 손흥민의 찰칵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여 팬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의 골을 뽑는 서포터들의 투표에서 무려 70.5%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날 라일리의 골이 ‘5월의 골’로 뽑혔다고 발표했는데요.

이게 바로 축구고 팬을 향한 사랑의 표시라는 것을 손흥민 선수가 또 다시 보여준 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축구가 단지 골이나 승리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 주는 그런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비슷한 시기인 작년 4월 9일에 경기에 패한 뒤 화가나 저지른 행동 때문에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알 나스르에 입단 후 데뷔전도 못 치루고 있는데요.

프리미어리그 맨유-에버턴전에서 0-1로 패한 뒤 호날두가 경기장 터널을 빠져나가며 에버턴 소년 팬의 손등을 세게 내리치는 과정에서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습니다.

영국 매체 미러를 통해 피해자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 제이콥 하딩인 게 알려져 팬들의 더 큰 공분을 샀는데요. 아이 손등이 멍든 사진까지 공개되자 한국 일부 팬들은 ‘아이패드’라고 비판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호날두는 당시 소셜미디어에 “팬을 올드 트래퍼드(맨유 홈구장)에 초청하고 싶다”는 사과글을 올렸지만, 하딩의 어머니 사라 켈리는 “호날두가 전화가 걸려 와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난 잘못한 게 없다. 난 누구도 차거나 죽이거나 때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후 징계위원회를 연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호날두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폭력적이었다고 판단해 작년 11월 17일에야 호날두에게 2경기 출전 정지와 5만 파운드(7600만원) 벌금 징계를 내렸습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