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계약을 단칼에 끝낸 외국인 선수들이 유독 한국과 재계약을 원하는 이유

2022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었다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2023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 기대받고 있는 데이비드 뷰캐넌, 호세 피렐라, 앨버트 3명의 선수 모두와 재계약을 성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3명의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모두 미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건너오는 게 아닌 일본 리그에서 아시아 야구를 맛보고 한국으로 넘어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화에서도 남은 외국인 선수 두 자리를 일본 리그에서 온 두 명으로 채워 넣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방 타자를 원하던 한화는 준수한 수비력과 타율을 보여주지만 타점이 낮았던 터크먼 대신 우투좌타 거포형 외야수인 브라이언 오그래디를 9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에 영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오그래디 선수는 미국과 일본 리그에서 그동안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었기에 이게 맞는 건지 구단주의 판단이 의심받고 있는데요.

92년생인 오그래디 선수는 신시내티 레즈를 통해 마이너리그에 데뷔하고 6시즌 동안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리그로 승격됐었지만, 통상 62경기 1할 9푼 4리의 타율과 4홈런 12타점의 아쉬운 기록으로 방출됐어야 했습니다.

자유의 몸이 된 오그래디 선수는 다시 마이너로 복귀하는 대신 사이타마 라이온즈의 러브콜을 받고 일본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었고, 2022시즌 5월까지는 타율 2할 6푼 2리 출루율 3할 5푼 6리 12홈런으로 물 타선으로 유명했던 세이부의 파워히터로 자리매김하게 됐었습니다.

하지만 5월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출산하기를 원했었기 때문인데요.

일본의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특성상 보험 혜택을 받지도 못하고 의료진들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응급 상황에서도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병원은 환자가 아닌 병원 위주로 돌아간다는 점도 불안 요소였는데요. 일본 병원들은 대체로 한국보다 진료 시간이 짧고 점심시간이 3시간이나 되는 데다가 평일에도 휴진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는 언제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는 임산부에 있어서 심각한 불안 요소인데요. 또한 일본의 산부인과 시스템이 상당히 후진적인 점도 문제입니다.

일본 산부인과에서는 한국처럼 정기적인 기형아 검사도 없고, 무통분만도 없이 그냥 배 아파 애를 낳아야 한다는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한국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요구한다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요.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오그래디 부부는 일본 대신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기로 결정했고, 아내의 곁을 지키기 위해 오그래디 선수는 시즌 중 미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시즌 중 자리를 비운다는 건 스포츠 선수에게 있어 치명적인 일이었지만, 소중한 아내와 아기를 위해서 미국행을 결심했었는데요.

오그래디 선수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강력한 공격력을 잃은 세이부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돌아온 오그래디 선수에게 일본 팬들은 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야유를 보냈고 동료 선수들과 스태프들도 오그래디 선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시즌 중 공백기를 가졌는 데다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팀 분위기에 주눅 든 오그래디 선수는 결국 시즌이 끝나고 리그 꼴찌 수준인 타율 2할 1푼 3리라는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면서 세이부와의 재계약이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투수력이 타자보다 압도적으로 강해 전체 타자 중 3할 타자가 2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인 일본 리그에서 단 6개월 만에 15홈런으로 팀 2위를 달성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는데요.

결국 이대로 야구 인생을 포기해야 하나 했던 오그래디 선수에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한화였습니다.

오그래디 선수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일본에서 안 좋은 일을 겪었었기에 한국도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었다고 하는데요.

세이부에서 함께 뛰었고 같이 한화행을 결심한 동료 버치 스미스 선수가 한국에서는 즐거운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며 손을 내밀었었고 한화 구단의 진심 어린 설득으로 오그래디 선수도 한화행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한화 손혁 단장은 “오그래디는 수비에서 좌우 코너는 물론 중견수까지 가능하고, 공격면에서는 파워를 갖춘 외야수”라며 “훈련 태도가 성실하며, 새로운 나라의 문화를 존중할 줄 알고 직업의식이 훌륭한, 야구 외적으로도 좋은 선수라고 파악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에서의 성적은 잠시의 슬럼프일 뿐 팀이 케어해 준다면 충분히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던 것인데요.

오그래디 선수의 한화 영입과 함께 일본에서 겪었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일본과 완전히 다른 대우를 보여주었던 한국의 외국인 선수 대우가 비교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중에 부인이 아이를 낳게 된 외국인 선수들이 여럿 있었는데요.

2019년부터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선발 에이스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에릭 요키시 선수 역시 2022년 4월 둘째 출산이라는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었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곁을 지키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와 함께 1군 스프링캠프 일정을 앞두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었는데요.

함께 귀국해 구단에서 제공하는 고척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스프링캠프에 참여한다면 아내의 곁에 있어줄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키움 구단은 내부 회의 끝에 요키시 선수를 위해 1,2차 캠프 명단에서 제외시켜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는데요.

외국인 투수를 1군 캠프에서 빼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요. 구단이 병원을 계속 오가야 하는 아내 곁에 머무를 수 있도록 요키시 선수를 배려해준 것이었습니다.

고형욱 단장은 “시즌 전까지 몸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요키시는 그냥 맡겨 놔도 되는 선수”라고 강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2022 시즌에도 멋진 활약을 보여주면서 믿음을 준 구단과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로 보답한 것인데요.

이번 시즌에는 몸값을 20만 달러나 인상된 150만 달러에 5년 연속계약 기록을 세우며 키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되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데이비드 뷰캐넌 선수 역시 부인의 예정일 직전까지 한국에 있으며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친정어머니가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 출산하기로 결정했었지만, 한국에서 진료받은 산부인과 기록을 외국어로 작성해 곧바로 미국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구단에서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가족과 떨어져 힘들어하는 뷰캐넌 선수에게 팬들이 보여준 애정공세에 해외 야구팬들이 저런 문화는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LG 트윈스의 켈리 선수는 요키시 선수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LG와 재계약에 성공해 전설이 될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데요.

2021년 당시 둘째 출산을 앞두고 가족 곁에 있으라는 구단의 배려에도 팀을 위해 스스로 출산 휴가를 반납하고 팀의 우승을 위해 남기로 결정해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온전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던 게 일본 리그에서 적응에 실패한 선수들이 한국에서 멋진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습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