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얼마 전 초음속 비행까지 성공하며 사실상 개발 완료된 상황인데요.
하지만 혼란의 동북아시아, 어중간한 국력으로는 살아남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자국의 발전만큼이나 주변국의 상황을 유심히 살피는 것도 중요한데요.

비록 처참하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때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과 전쟁이 성립할 정도로는 싸웠던 일본.
하지만 제로센 전투기로 대표되는 일본의 항공 기술은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몰락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일본이 만드는 전투기는 미국 전투기의 열화판 카피인데도 사실상 실패작이었고, 최근에는 민수용 여객기 사업조차 15년을 질질 끌다가 결국 포기해버렸는데요.
이에 일본 내부에서도 항공 분야는 살려낼 도리가 없다며 자포자기한 상황입니다.

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즈미사와 세이지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의 일본산 제트의 여객기 사업인 스페이스 제트의 개발 포기와 사업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개발을 담당한 자회사 미쓰비시 항공기는 회사를 청산하고, 직원들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등 방위산업 분야로 옮긴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5년 11월 나고야 공항에서 스페이스 제트는 첫 비행에 성공한 후 3900시간 가량 시험 비행을 하며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렇게 하늘에 띄울 정도까지는 사업을 진행했는데도 사업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항공기 취항을 위해 필요한 안전성 인증인 형식 증명 TC의 취득 불발입니다.
이즈미사와 사장은 “TC 취득 절차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며 “TC를 취득하려면 연간 1,000억엔 전후의 투자를 몇 년 더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장 15년간의 개발에서 이 사업에 투입된 비용만 벌써 10조 원에 달하는데, 연간 1조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시장에 나오는 기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연료를 사용하거나 전자동화기술을 추가해야 해서 설계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개발 장기화로 기술 자체도 시대에 뒤떨어지게 된 것을 인정했습니다.
스페이스 제트는 최초의 일본산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일본 업체만의 힘으로 해내려다 결국 한 계에 봉착했습니다.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의 일본산 여객기 제작 도전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미쓰비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활약한 통칭 ‘제로센’, 정식명칭’0식 함상 전투기’를 만든 장본인이고, 그만큼 상당한 항공기 제작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패전 후 연합군 총사령부가 일본의 항공기 제작을 장기간 금지하면서 기술 수준이 낙후되고 말았는데요.
1951년에 미일안보조약을 체결한 지 10년 만인 1961년이 되어서야, 일본 정부가 자본금을 대서 항공기 개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여기에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을 참여시켜 프로펠러 여객기 YS11를 개발했으나, 채산성이 떨어져 만성 적자를 기록하다가 결국 파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일본의 여객기 사업 또다시 다 만들어 놓고도 경제성 문제로 좌초되어 버린 것인데요.
그러면 전투기 쪽은 상황은 다를까요?
일본 항공 자위대가 운용하는 전술기는 대부분 미국제 전투기지만, 그 가운데 일본에서 생산한 전투기가 딱 한 종류 끼어있는데요.
바로 미쓰비시 F-2입니다.

현역으로 사용되는 현대적인 전투기인 만큼 일본인들은 이 기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그런 감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기체의 비공식 애칭인 ‘바이퍼 제로’인데요.
F-2는 미국의 F-16과 매우 유사한데, 그래서 F-16의 애칭인 ‘바이퍼’를 F-2의 애칭에도 붙인 것입니다. 그리고 뒤에 붙은 제로는 당연히 ‘제로센’의 제로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은, F-2를 현대의 제로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할수록 모순 그 자체인 이름인데요.
미군 항공모함에 가미카제 공격을 일삼던 제로센의 이름을 미국제 전투기의 애칭 뒤에 붙이다니, 일본인들이 지난날의 과오에 얼마나 무신경 한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F-2는 성능은 일본인들이 자부심을 갖기에 걸맞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도저히 못 써먹을 물건은 아니지만, 원판인 F-16보다는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FS-X 사업 당시, 개발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국산화에 집착하는 세력과 예산을 책정하는 재무성 사이의 갈등이 크게 불거졌습니다.
결국 기술력의 한계, 정치 외교적 압력으로 인해 F-16을 기반으로 미국과 공동 개발한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선택된 방침이었습니다.
개발 분담률은 일본 60%, 미국 40%였는데, 실상 미국 쪽에 핵심 기술은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미션 컴퓨터의 소스 코드나 비행 제어 기술과 같은 핵심 중의 핵심 기술은 빼놓았는데요.
결국 만들어진 것은 F-1에 들어갔던 구식 미션컴과 비행제어기술을 재활용하며 F-16의 외형을 답습하면서 동체만 조금 커진, F-16의 열화판 카피였는데요.
그러면서 가격은 F-16보다 3배 비쌌습니다.
F-2는 2000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적잖은 문제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알려진 사고 사례만 해도 황당한 수준인데요.

조종 중에 핸들이 뽑혀서, 파일럿이 힘으로 핸들을 눌러 끼운 상태로 가까스로 착륙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창정비 직후 테스트 비행을 위해 이륙하다가 바로 추락해서 대파되고 화재까지 일어난 적도 있었는데요.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어이없게도 정비 중 조종개통 배선을 거꾸로 꽂은 것이라고 합니다.
정비 중 뒤쪽 랜딩기어가 갑자기 수납되면서 엉덩방아를 찍는다던가, 주익 패널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가는 등의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들은 대체로 일본의 항공기 정비 기술의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현재 일본은 F-2의 사용 연한도 끝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F-2의 개량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후속기 개발은 순탄치 못한 상황입니다.
일단 이번에도 국산화의 꿈은 무너졌습니다.
미국에 의존했던 만큼 현대적인 전투기 기술의 노하우가 쌓일 틈이 없었기에 F-2의 뒤를 이을 시점에 갖춰야 마땅할 기술 수준을 일본은 전혀 쌓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계획은 영국, 이탈리아와 손을 잡고 일본의 FX 개발 계획과 영국 이탈리아 합작 템페스트 프로그램이 통합된 GCAP라는 명칭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목표는 2035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영국과 이탈리아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일본 항공자위대에 F-2를 대체하는 것인데요.

3국이 평등한 파트너십을 맺고 각국 요구사항에 맞게 사양 변화나 업그레이드가 자유로운, 동시대 미국과 유럽의 기종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 수준 기종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 분석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향방에서조차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영국은 2류작을 만들었고, 그 2류작도 만들 수 없어 3류작을 만든 것이 일본이므로 필연적으로 개발이 지연될 것이다”
이탈리아가 독박을 쓰는 그림이 뻔히 보이기 때문인데요.
이탈리아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사업에 붙어는 있기로 했지만, 영국과 일본한테 3개국 33%씩의 평등한 지분을 집요하게 강조했습니다.
한편 영국은 파트너 중 한 명이라도 “겁을 먹고” 철수하려고 했다가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압박을 걸고 나섰는데, 이 발언에 불과 일주일 전에 15년 걸쳐 10조를 날려 먹고 여객기 사업을 포기한 일본은 꽤나 찔렸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프로젝트 합작법인의 본사를 영국에 둔다는 소식에는 일본의 주도적인 역할이 축소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아까워하고 있는데요.
GCAP를 지켜보는 전 세계는 벌써부터 비틀대는 합작 사업에서 이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설레를 겹쳐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4.5세대 전투기를 국산화한 한국의 항공 기술은 이미 일본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항공 기술을 끌어올려 수출 시장까지 휩쓸고 있는 한국의 저력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요.
한국 역시 GCAP 이상의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속도로 달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