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에 대한 100억짜리 충돌 실험 현장을 공개했습니다.
결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품질과 안전’을 강조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공개 미디어 행사였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날 안전 평가는 아이오닉5가 시속 64km를 달리며 차량 전면의 40%를 100톤짜리 구조물 벽에 충돌시켜 승객의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속 64km였지만 서 있는 벽에 부딪힌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승객이 느끼는 속도는 100km를 넘었는데요.
드디어 테스트가 시작되었고 아이오닉5는 벽에 쾅 하는 묵직한 소음과 함께 부딪혔습니다. 이후 차량 밖으로 연기가 피어올라, 순간 화재가 발생한 것 아닌지 현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는데요.

이 연기는 화제가 아닌 에어백이 전개될 때 소량의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었습니다.
이 충돌로 아이오닉5의 보닛은 90도 가까이 꺾였고, 라디에이터 또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기차에서 가장 우려됐던 문제인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냉각수가 흘러나왔지만, 아이오닉 5의 내부는 거의 손상이 없었습니다. 차량 앞쪽 차체가 충격을 흡수한 덕에 내부의 대시보드는 멀쩡한 모습이었는데요.

운전석과 뒷좌석에 타고 있던 인체 모형 역시 전혀 파손되지 않았고, 다만 유리창이 약간 금이 갔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충돌 후 바깥에서 4개의 문과 트렁크도 정상적으로 열렸습니다.
통상 전기차는 사고 발생 시 문이 열리지 않아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오닉 5에서는 사고 발생 시 승객의 탈출을 돕는 기능이 동작한 것입니다.
즉, 아이오닉5는 충돌 시 배터리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최근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더구나 현대가 공개한 이번 충돌 테스트는 차종당 100억 원 가량이 투입되는 값비싼 테스트입니다.
따라서 이런 값비싼 테스트는 자동차 회사가 설계부터 차체 조립 등 생산과 관련된 전 분야에서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만 공개 가능한데요.
현대가 이번 이 충돌 테스트를 기자들 앞에서 공개했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존하는 가장 까다로운 충돌 테스트로 꼽히는 IIHS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협회 평가에서 자사 25개 차량이 최우수 등급인 TSP+, 우수등급인 TSP를 획득해 해외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았는데요.
이것은 일본의 토요타를 앞지른 성적으로 글로벌 1위에 해당했기에 더욱더 의미가 있었고, 설계부터 첨단 장치 개발 등 모든 면에서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명이기도 했습니다.
아이오닉 5의 충돌 테스트를 공개한 날 현대자동차는 “현행법에서 보호하는 시속 64km 속력에서는 안전이 99% 보장할 수 있지만, 시속 100km 속도에서도 안전 보장이 가능하도록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반면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추락은 심상치 않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신차는 42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이었던 일본은 이제 인도에도 추월당할 정도로 내수시장이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일본 자동차 업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예전의 모습이 아닙니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GM에 빼앗겼고, 혼다와 닛산은 2021년보다 판매량이 20~40%나 감소했으며,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신차는 지난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는 대략 1천370만대였는데요. 2021년에 비해 8%나 감소한 수치였습니다.
이에 신차 판매 대수가 줄어든 이유로 반도체 공급망과 전쟁으로 인한 부품난이라고 분석했지만 이는 도요타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GM은 전년보다 판매량이 2.5% 늘었습니다. 경쟁업체인 도요타보다 16만5,630대를 더 판매한 것입니다.
반면 도요타의 지난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에 비해 무려 9.6%나 감소했고, 닛산은 2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습니다.
현대차가 불과 2%만 감소한 것에 비하면 도요타와 닛산의 신차 판매 대수 감소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완성차 업계에선 이런 현상이 10년 이상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주도해온 일본 차의 위상이 얼마나 격하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일본 자동차들을 보면서 미 매체 블룸버그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워크맨을 만들던 소니, 반도체를 만들던 NEC의 몰락을 닮아가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정말 심각한 이유는 이제 내수시장에서조차 부활의 동력원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한때 일본 기업이 신차를 내놓기만 하면 일본 내수시장에서만 연간 700만대 이상이 팔렸지만 자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차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곳조차 잃어버린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차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인구는 2015년부터 감소했으며, 급여 수준은 10년 이상 제자리걸음입니다.
월급이 10년 이상 오르지 않았으니, 일본 국민들은 값싼 것만 찾을 뿐 더 좋은 차도 더 비싼 여행도 꿈꾸지 않게 됐습니다.
이처럼 일본 내수시장이 쪼그라들수록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격 인하 등 출혈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여기에 다른 나라들은 발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했지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가장 늦게 전환하면서 설 땅을 잃게 된 것입니다.

일본 경제의 미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고위 관료이자 시사평론가인 고가 시게아키가 기고한 칼럼이 일본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제목은 ‘일본 대탈출! 엑소더스 원년’인데요. 주된 내용은 ‘현재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일본에서 더 이상 아르바이트나 하며 살기에는 미래가 없다고 보는 청년들의 해외 탈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가 일본 청년들의 해외 탈출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최근 1년간 호주 정부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 일본인은 약 4,600명으로 전년의 2.4배에 달했는데요.
더구나 지난해 엔화 가치는 계속 급락했고 이것이 일본 청년층의 ‘탈일본’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는 게 정설입니다.
시사평론가인 고가 시게아키는 마지막에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이제 일본 탈출의 위험보다 일본 잔류의 위험이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 올해는 정말로 엑소더스의 원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