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수십 채에 달에는 한옥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옥의 수출이 확정된 알제리와 미국에 이어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지에서도 수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최근 해외에 한옥 짓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은 서울 종로구에 북촌 한옥마을과 힙플레이스로 탄생한 종로구 익선동. 서울 한강 이북에는 이런 한옥 밀집 지역이 드문드문 남아있는데요. 한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이들 한옥 밀집 지역이 사실은 꽤 최근에 만들어줬던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조선시대가 아닌 일본 강점기에 그것도 단 한 사람에 의해서 말입니다.

일본 강점기에 한옥이 집중적으로 지어진 배경에는 ‘건축왕’으로 불렸던 기농 정세권(1888~1965)선생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서울의 좋은 땅과 주택을 일본인들의 사들이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그는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복궁 인근과 종로에 조선의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작은 한옥집, 이른바 ‘조선집’을 단지 형태로 조성해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 당시 조선 한옥은 일제 강점기 조선 서민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한옥은 한류열풍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한옥은 BTS의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해 큰 화제가 된 뒤 드라마 킹덤, 예능 윤스테이의 배경으로 연이어 나오면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에서까지 아름다운 건축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명세를 넘어 미국과 베트남 등 세계는 한옥 자체를 수입하기 위해 나섰는데요. 특히 전 세계는 한옥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한옥의 지혜와 과학에 더 감탄하고 있습니다. 한옥의 뼈대가 되는 나무와 살이 되는 흙은 습도조절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시멘트가 일찍 발달한 유럽의 집과 비교하면, 한옥의 생활환경은 훨씬 우수했습니다. 자연 친화적인 건축재료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아토피 문제 등은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온 건축자재의 인체 친화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건축자재인 창호지는 안과 밖을 차단하면서도 햇빛을 투과시켜 자연광을 실내에 들이는 구실을 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옥에 실제 방문하기 전까지는 ‘온돌이 있어서 겨울에 따뜻한 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가 여름을 겪어보면 또 한 번 놀란다고 합니다. 여름에 더 시원한 것이 바로 ‘한옥의 진짜 매력’이라는 것입니다.
대류 현상을 이용하여 해가 있는 안마당과 그들이 진 뒷마당의 공기흐름을 이용하여 여름에 대청을 시원하게 이용하였습니다. 앞마당에는 나무를 심지 않지만, 뒷마당에는 보통 나무를 심어 기압차를 유발시켜 여름에도 시원하게 만든 것인데요.

또 한옥 지붕 끝에는 처마를 만들었습니다. 처마는 지붕이 단순히 벽 밖으로 빠져나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처마는 비를 가리는 데에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실내 조명을 조절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처마를 길게 하면 빛이 적게 들어왔고 짧게 하면 비를 가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길이의 처마를 과학적으로 조절해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건물은 마당에 비친 빛이 반사되어 실내로 들어오는 간접조명 방식을 택했는데요. 햇빛이 창을 통해 바로 실내로 들어와서 눈을 부시게 하지 않도록 땅에 먼저 반사된 은은한 빛이 실내에 고루 비치도록 한 것입니다. 처마는 이렇게 간접 반사되는 빛을 조절했습니다. 남향으로 자리 잡은 집과 처마의 역할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과학이 그대로 적용된 한옥집을 완성시켰습니다.
무엇보다 서양 건축물과 비교되는 한옥의 가장 큰 장점은 온돌 난방을 이용한 겨울 공간과 대청마루를 이용한 여름 공간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큰 장점을 갖고 있는 한옥에 대한 수요는 국내를 넘어 최근 해외에서도 더욱 활발하게 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한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단순히 관광 장소를 넘어 직접 수입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열대 지방인 베트남에 한옥을 수출해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40도를 넘나드는 불볕에 푹푹 찌는 습한 날씨, 여기에 강한 바닷바람까지, 베트남 관광도시 퀴논에 세워진 한옥은 혹독한 열대기후를 견뎌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기후에서 우리 전통가옥을 짓고 유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옥 세계화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이렇게 한옥을 수출하려면 주재료인 목재가 다치거나 변형하지 않게 현지로 보내는 포장 기술 또한 매우 중요하며, 이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선박으로 운송하는 동안 벌레가 갉아먹지 않도록 하는 해충 방제 기술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전북대학교에서 한옥 건축을 위한 교육 시설을 확충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옥 수출에는 전북대학교 한옥 인력양성 교육을 받은 수료생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참여했습니다.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한옥의 산업화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인데요.

실제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미국 조지아주에 40여 채의 한옥마을을 짓기로 협약을 맺고 현재 도면 작업과 부대 치목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해 7월 전북대는 미국 알파 솔루션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한옥 수출을 구체화했습니다.
이 협약은 미국 조지아주 엘리제이시에 한옥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선 한옥 살림집 1동을 건축한 뒤 미국 건축 당국의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한옥마을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건축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이유는 지진 때문인데요. 전통 한옥의 경우 못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맞춤과 이음만으로 집을 세우는 데 비해 미국은 지진에 대비해 건축물을 땅에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비해 전북대 한국 기술진은 내진에 대비한 한옥 건축 계획안을 이미 제출했으며 현재 내진설계까지 마쳐 제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출하는 한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전통 양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만들어지지만 미국인 생활방식을 고려해 입식으로 거실과 방, 누마루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한두 채의 건물이 아니라 여러 채의 건물을 지어서 복합적인 타운을 만드는 것인데요. 또 미국 문화 속에 한국의 문화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되는 굉장히 중요한 사업입니다. 한번 지으면 최소 50년에서 100년을 사용하는 한옥이 해외 각지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 도시에 한옥 마을이라니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작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그중에서도 한옥은 가장 매력적인 장소라고 합니다. 또한 한옥은 외국인들에게 여행과도 같은 장소라고 불리는데요. 늘 반복되는 일상과 풍경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면 낯선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합니다.
한옥에 들어서고 문을 열면서 한 걸음 걸을 때 하나씩 보인다는 뜻을 담은 ‘일보 일경’이라는 한국전통건축의 가치를 알게 된다고 합니다. 전 세계가 빠진 한옥의 아름다움은 온전히 우리 조상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미국 CNN에서는 북촌 한옥마을을 한국에 방문하면 꼭 가봐야 할 장소 2위로 꼽았습니다. 특히 꽉 찬 미국 집에 질려 미니멀리즘을 실행하는 외국인들은 더욱 한국에 열광하는데요.

“아직 인테리어를 시작도 안한줄 알았는데 완성이다. 한국의 미래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옥에 들어서자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여백이 많을수록 자연과 경치를 더 보게되고 더 아름다운 집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무의 색과 기와의 색, 한지의 색이 모두 여백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았다”며 한옥에 대해 극찬하고 있습니다.
한옥은 삼국시대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와 함께해오면서 그들의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흡수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주거 건축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긴 역사 동안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생활방식, 고유한 민족 정서가 그대로 녹아 어느 나라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해왔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북대학교가 배출한 전문가는 1,500여명 입니다. 지금껏 육성한 전문인력과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한옥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한옥 건축의 맥을 잇고 기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한옥학과’도 만든다고 합니다. 이번 한옥마을 수출을 시작으로 전통 한옥의 흙, 돌, 나무와 같은 친환경적인 소재와 한옥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림으로써 더 큰 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