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러 전쟁이 시작되고 어느덧 1년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지금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생과 사의 순간을 오가고 있는데요.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역사에 남을 큰 사건이지만 우리에겐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의 나라 일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한국인들과는 다르게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사람도 있는데요.
바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 국적을 선택한 빅토르 안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또 한 번 대대적인 징집명령을 내리면서 러시아 국적을 가진 빅토르 안 역시 전쟁터로 끌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로 금메달을 따며 러시아의 국민 영웅이 되었던 빅토르 안이지만 금메달이 총알을 막아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게다가 러시아를 등지고 중국 대표팀의 수석코치 자리에 임명되어 중국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승자로 만들어 내면서 러시아에서 빅토르 안에 대한 여론이 썩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 코치직까지 관둔 빅토르 안은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인이 아닌 러시아인으로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의 체류하고 있는 것이기에 언제 러시아로 돌아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최근 푸틴이 50만명 이상의 추가 동원령을 내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에서 발표했습니다.

안드리 체르냐크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대변인은 지난 7일 러시아가 15일부터 우크라이나 반격에 대항하기 위한 추가 동원령을 내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6일 영국 가디언즈에서도 바딤 스키비츠키 군사정보국 부국장을 인용해 러시아군은 오는 봄, 여름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대한 공격의 목적으로 추가징집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군 경험이 있든 없든, 유학생이든, 스포츠 선수이든 무차별로 징집통지서를 보내고 있어 러시아에 있거나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들 모두가 전쟁터에 끌려갈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러시아에 유학 중이던 잠비아 청년이 용병으로 투입되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그 소식이 뒤늦게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해졌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잠비아 당국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해명을 요구했는데요.
정작 푸틴의 최측근이자 바그너그룹의 대표인 예브고니 프리고진은 “잠비아 청년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했다. 그의 적의 참호를 뚫는 용기를 보여줬다”며 그를 영웅으로 포장해 선전에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에서 유학 중인 한 중국인 청년이 러시아 군사 위원회에서 보낸 군사작전 참여 계약서 설명이 담긴 징병 통지서를 우편으로 받고 공포에 질려 영상을 올렸는데요.
이 영상을 올린 중국 유학생은 자신은 중국 시민인데 왜 징병 통지서를 받아야 하는지 징병위원회를 찾아가서 따져봐야겠다고 말한 이후 추가적인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몇 네티즌들이 ‘절대 찾아가면 안 돼. 그 자리에서 널 끌고 갈 거야’라며 만류의 댓글을 남겼지만 더 이상의 답변은 없었는데요.
현재 러시아의 거의 유일한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유학생에게 마저 징집통지서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 러시아 안에 있는 다른 국적의 유학생들에겐 비상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현재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스포츠 영웅이라 해서 징집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데요.
러시아에 한국과 같은 공식적인 병역특례제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동안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은 병역에서 면제되는 게 암묵적인 관례였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베이징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로서 은메달을 땄었던 이반 페도토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었습니다.

러시아 국영 언론인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반 페도토푸는 병역기피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곧바로 해군 훈련소에 입소되었다고 합니다.
35세까지라던 징집대상자 연령제한도 말만 그렇지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 CNN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에버튼에서 활약했던 러시아의 축구 스타 디니야르 빌랴레치노프가 강제 징집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타르타르 소수민족 출신인 빌랴레치노프는 러시아 루빈 카잔 소속 선수로 황인범 선수와 함께 뛰었던 동료이자 러시아 국가대표로서 2008년 유로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축구선수입니다.

게다가 빌랴레치노프는 현재 38세의 나이로 군 복무 기록이 있는 35세까지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소집 명령 기준에도 적용되지 않는데도 징집명령서를 받았고, 결국 전장으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스포츠 스타들이 전쟁터로 끌려가고 있는 지금 빅토르 안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인데요.
한국에 체류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얼마 전 성남시의 직장운동부 쇼트트랙 코치직 공개 채용에 응시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성남시는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며 지난달 19일 산하 쇼트트랙팀 코치 공개채용 공고를 올렸는데요. 이 자리에 빅토르 안이 지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채용에 국적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빅토르 안은 성남시 코치 자리를 통해 한국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세웠던 수많은 기록과 비록 부정부패로 물든 중국 올림픽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지도자로서 업적을 고려한다면 채용되는 게 당연해 보이는데요.
국민적인 정서상 빅토르 안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로 귀화할 당시 한국의 훈련 방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한화로 약 1억 8000만원의 연봉과 저택을 제공 받았었습니다.
당시 빅토르 안은 SNS를 통해 “러시아 국적을 획득하면 우리나라 국적은 자동 소멸된다고 들었다. 이중국적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신중하지 못했다”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지만, 귀화 직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 4년 치를 일시불로 받아갔었던 사실이 드러나 계획된 귀화였던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후 러시아 국가대표로서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고 남아달라는 러시아의 제안을 뿌리치고 2019년엔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대표팀 코치직을 맡았었습니다.
당시 뻔뻔스러운 편파 판정으로 1위로 들어선 한국인 선수가 어이없게 실격 판정을 받으며 중국인 선수가 1위로 치고 올라온 순간 환호하는 빅토르 안의 모습이 포착되며 전국민적인 공분을 샀었는데요.

그랬던 빅토르 안이 이제와서 한국에서 다시 지도자로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 해도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과 선수들이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름과 조국을 버리고 돈 혹은 명예를 위해 러시아, 중국 마음대로 옮겨 다녔던 빅토르 안. 인생이 좋은 것만 골라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걸 새삼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