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 줄 돈도 없으면 닫아야지… 170년 전통 영국 박물관 도덕성 문제로 망해 문 닫기 직전..한국 직원 한 명 덕에 초대박 난 이유??

9월 말부터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 박물관에서 ‘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세계적인 박물관에서 이 정도로 한류를 전면으로 내세운 전시는 이번 전시회가 처음인데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영국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에 있는 미술관으로, 중세에서 근대에 걸친 동서양 작품을 광범위하게 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시품으로도 전통 한복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기도 합니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약칭은 V&A이며,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박물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인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1852년 설립되어 17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여러 잡음과 코로나로 인해 이미지 실추와 재정적 위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금전적인 유혹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박물관이 그렇듯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또한 예술 정책의 일원으로 국가로부터 운영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그 비용만으로는 운영비를 제대로 충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박물관에 대한 입장료는 무료로 운영되었으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유료 전시회와 공연 등이었는데 이 수익이 생각보다 신통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2001년부터 무려 1억 5천만 파운드(현 한화 2000억원)를 들여가며, 인테리어 복원, 새로운 갤러리 개설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성과가 좋지 못하자 박물관 측은 후원자들이나 기부자들을 찾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요.

그리고 이 기부를 받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논란의 시발점은 2019년 예술 사진 작가 낸 골딘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도덕성에 대해 저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중독성 아편 유사 진통제인 옥시코돈의 제조업체 퍼듀파마를 소유한 새클러 가족의 기부금을 수락했는데요. 옥시코돈은 현재 전 세계 병원에서 자주 처방되는 진통제이나 부작용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의료용 마X중독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낸 골딘은 박물관에 새클러의 이름을 삭제하고 돈을 받지 말 것을 주장하며 시위대와 함께 항의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후원회사인 보쉬 또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 보쉬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한화 기준 약 1,200억원의 벌금을 낸 회사인데요. 이 보쉬로부터 자동차 전시회 후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매를 맡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돈에 눈이 멀어 바로 손절하지 못한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결국 큰 이미지 타격을 받았고, 후회한 뒤에는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습니다.

여기에 코로나의 여파로 2020년 박물관의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문을 닫았던 박물관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주 2일을 휴관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코로나가 퍼지는 것을 줄여보고자 휴관을 하는 게 아닌, 인건비나 관리비의 문제 때문에 결정한 휴관이었습니다.

이 당시 박물관 측에서는 인력을 줄이기 위해 이미 정규직 직원 85명에 해당하는 인원을 정리해고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소식을 전한 예술 뉴스 매거진 ‘더 아트 뉴스 페이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이 원래 방문자 수를 회복하려면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온 것입니다.

강구책을 찾아 헤매던 박물관은 그 뒤로 큰 유료 전시회들을 열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은 상황이라 그야말로 사면초가와 다름없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심각한 적자에 이미지까지 폭삭 망한 박물관은 세간에 좋은 시선을 받을 리 없었고, 자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영국 여왕과 왕자의 이름이 아깝다며 심지어 이름을 바꾸라는 항의서까지 날아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아시아 부서의 큐레이터 로잘리 킴이 한류 전시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박물관에 한국 갤러리에 온 젊은 관광객들이 K-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들과 전시품을 비교한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면서 아시아 갤러리 쪽에서도 비주류에 해당했던 한국 갤러리를 방문하는 사람 수가 증가했는데요.

박물관의 전체적인 방문자는 줄어들었으나, 한국 갤러리를 방문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었습니다.

그녀는 방문자들의 이러한 특징을 보면서 박물관이라고 해서 ‘꼭 조선이나 고려 같은 옛 역사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좀 더 대중 친화적인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박물관 쪽에 한류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박물관도 그녀의 끊임없는 설득 그리고 날이 갈수록 커지는 한류의 영향력에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로잘리 킴은 한류 전시회 기획안을 통과시켰고, 치밀하고 꼼꼼한 계획 아래 전시회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녀는 전시회의 방문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러 첫 번째 섹션에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시작 섹션 제목은 “잔해에서 스마트폰으로” 였는데요. 1950년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어떻게 현대의 문화 및 기술 강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지 한국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섹션이었습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녀는 “사전 조사 결과, 많은 방문객들이 이 모든 ‘한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세계가 한국에 주목하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시가 다른 섹션으로 들어가기 전인 초반부에 먼저 배경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로잘리 킴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냐는 인터뷰 질문도 받았는데요. 그녀는 솔직하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했던 점이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워야 하지만, 한류 문화를 누구보다 더 잘 아는 팬들의 구미도 당길 수 있어야 전시회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그 해결책을 “한류를 활용하여 전통 문화의 가치를 탐구하거나,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대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 찾았습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 노래 중 ‘대취타’라는 곡이 있는데, BTS의 노래를 설명함과 동시에 실제 조선시대 대취타(조선시대 군례악)에서는 어떤 악기를 사용했는지 전시하고, 무슨 소리가 나는지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팬들에게는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 한국 문화에 유입되는 사람에게는 한류 현상과 그 안에 녹아든 우리 민족의 정신까지 완벽하게 소개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만반의 준비 덕분에 콘텐츠, 팝, 히스토리 그리고 뷰티 이렇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성인 기준 20파운드(한화 약 31000원)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최 첫날부터 표가 모두 동이 나며, 초반부터 이례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객의 평도 좋은 편인데요. 런던에 사는 외국인 여성 알리나 씨는 “K-팝과 K-드라마를 원래도 좋아했지만, 한국 현대사는 이번 전시회로 거의 처음 접했다. 무척 흥미로웠고, 깜짝 놀랐다”라면서 자신이 받은 신선한 충격에 대해 전했습니다.

박물관 측에서는 이 기세를 계속 이어 나가기만 한다면, 2022년 하반기에는 큰 손실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한류! 코리안 웨이브’는 내년 6월까지 상시로 진행될 예정이며, 전시회 이외에도 방문객을 위한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 박물관을 180도 바꿔놓은 한류의 힘. 한국문화가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건 로잘리 킴처럼 항상 한국을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사람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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