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 중인 한류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중동과 미국, 유럽 가리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입니다.
일찍이 그 시작이 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동남아시아인데요. 2010년대 이후 동남아에서 한류 팬들이 급증하면서 K-팝,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동시에 거리도 가깝다 보니 한류 스타들 역시도 동남아에 적극적으로 방문했는데요.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이 동남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 역시 그러한 한류 역사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동남아는 한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지금도 그 영향력이 가장 강한 지역인데요. 특히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한류의 영향력의 막대하며 한국과의 관계 역시 굉장히 우호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BBC가 조사한 국가 호감도에서 70%에 달하는 태국인들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답변하며, 한국을 좋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국가로 인식하는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태국 학생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해 왔는데요. 2018년에 이미 태국 안에서만 4만 명의 학생들이 제2외국어로 채택하며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의 무려 30%를 차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22년 들어서는 태국 대입 시험에서 한국어 응시생 숫자가 일본어를 추월했는데요. 그만큼 한류 및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태국 내에서 얼마나 지배적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재개된 한류 관광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국가가 바로 태국인데요. 애초에 최근 5년간 동남아에서의 한국 관광 인지도와 선호도는 꾸준히 상승해 왔지만 특히 태국에서의 호응도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태국 방콕에서 ‘러브 코리아 페스티벌’이 개최되자 하루에만 5만여 명이 넘는 인파가 결집했는데요.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는 태국인들이 몰려와 K-팝 커버댄스, K-뷰티 메이크업, 한국 여행 토크쇼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올해 6월 작년 대비 천체 1,700%로 증가한 태국 관광객 숫자가 어찌 보면 당연한 셈입니다.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태국은 이국적이면서도 접근이 쉽다 보니 해외여행 재개 이후 다시 떠오르는 관광지인데요. 그런데 최근 태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선 신기한 경험담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바로 태국 여성들, 그것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국인과 접촉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관광이나 호객행위를 위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친분을 쌓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현지 언론 ‘방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그저 한국인과 친해지고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 “한국인에 대해 배우며 더 발전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한류 문화의 원주인인 한국인과 친해지고 싶지 않은 태국인은 없다” 등등 태국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로 한국인과 접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남녀를 가리지 않고 태국 여성들이 접근하는 이러한 현상이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인지 궁금한데요.
본래 태국은 시대에 걸맞지 않은 사회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여전히 실권을 가진 왕정과 군사정권 등 비민주적인 정치 상황에 심각한 여성 인권 문제는 덤일 정도인데요.

불과 몇 년 전 태국 왕립 경찰학교는 여성의 입학을 금지해 인권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받은 바 있습니다. 심지어 학생이 두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결박한 뒤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는 충격적인 사진까지 보도됐습니다.
정말 우리가 보기엔 이게 21세기가 맞나 싶어질 정도인데요. 그러한 태국에서 살던 젊은 여성들이 한류를 접하니, 너무나 다르고 선진적인 사회 모습에 눈이 트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각종 한국 콘텐츠에 등장하는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와 당당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게다가 한국의 모든 것을 태국어로 소개하는 SNS 개정 등 별거 아닌 한국의 요소들조차 태국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태국에서 ‘신’이나 다름없다는 블랙핑크 리사의 존재 역시 태국 여성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는데요.

자신들과 똑같은 태국 여성임에도 최정상 K-팝 아이돌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으니 그 모습에 환호하고 똑같아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가득 찰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태국의 젊은 여성들은 한류 이전과 이후로 명확히 변화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퍼져나간 것입니다. K-뷰티 제품들이 태국의 국민 화장품을 꿰차고 있는 것도 ‘한국 여성처럼 되고 싶다’라는 현상의 일환인데요.
심지어, 태국 정부의 최근 움직임이 앞선 태국 여성들의 행동을 더욱 키우게 됐습니다. 지난 4월 태국의 쁘라윳 총리는 “한국을 따라 소프트파워를 키우겠다”라고 선언하며 한류 문화가 너무나 훌륭한 외교적 자산이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정작 태국의 군사정권이 콘텐츠를 검열하고 간섭하는 판국에 무슨 한류를 따라 하냐며 태국 청년들을 중심으로 쓴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떨어진 집권 세력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소프트파워를 강조하고 한류를 들먹이라는 것뿐이라는 게 정설인데요.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태국 내 한국인을 향한 움직임들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태국인들이 반한 것은 한류 콘텐츠뿐만은 아닌데요. 군사정권을 상대로 거센 항의가 연이어 터졌을 때 한국에 빠진 태국 청년들이 등장해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여기에 최근 한류 열풍까지 더해지니 태국 젊은 세대들의 결집은 더욱 강해지는 모양새인데요. 그만큼 대한민국 그 자체가 아시아 국가들의 희망이자 목표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