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파리에서 열린 국제식품 박람회에서는 한국 때문에 프랑스 현지인들이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미식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 김 과자부터 불고기, 김치, 샤인머스캣까지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한국 식품들을 먹은 현지인들이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진 것인데요.
파리 국제식품 박람회 한국관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특히 껍질째 먹는 씨 없는 청포도 샤인머스캣도 이날 줄 먹는 인기 식품 중 하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나오는 포도는 주로 와인용이기 때문에 당도가 높은 샤인머스캣을 한 번 맛본 프랑스인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극찬하는 등 그야말로 인기가 대단했는데요.
샤인 머스캣의 경우 프랑스에서 아직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단가를 낮춘 품종 개발 등 수출길이 열리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씨 없는 청포로라고 불리는 샤인머스캣은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많이 보이고 있는데요. 높은 당도만큼이나 예전엔 가격이 비쌌지만 최근에는 재배 농가가 많아지면서 생산량이 늘어 동시에 가격도 과거보단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샤인머스캣의 원산지가 바로 일본이라고 합니다. 샤인머스캣은 1988년 일본에서 다른 포도 종자를 인공 교배해 만들어진 포도로, 이후 2006년 일본에서 정식으로 품종 등록됐습니다.

당도가 18브릭스로 일반 캠벨 포도보다 4~5브릭스 높아 3~4배 비싼 값에 팔립니다. 이렇듯 샤인머스캣은 일본산이지만 불매운동을 안 해도 되는 이유가 따로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이 다른 국가에서 품종 로열티를 받기 위해선 품종 등록 후 6년 이내에 해외에서도 등록을 해야 했지만 일본은 그 기간을 놓쳐서 로열티를 받을 권리가 없게 됐습니다.

품종 로열티란 정확히 말하면 품종 보호권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든 사람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지적 소유권이며, 일종의 특허권인 셈입니다.
과거 일본 정부는 샤인머스캣의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도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해도 일본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이 덕분에 국내에서는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고 수출할 수 있는 정식 권리를 획득했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며 국내 포도 수출 1등 공신으로 인기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샤인머스캣이 한국 농가의 주력 수출품으로 떠오르는 사례가 잇따르자 뒤늦게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웠는데요.
해외에서 샤인머스캣 중에 한국산이 가장 인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인머스캣은 일본이 개발한 포도 품종인데도 한국의 수출 규모가 일본의 5배”라며 “일본산 과일 품종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산 과일 품종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되는 현상이 일자 일본의 농수산물 수출 정책 차질과 그에 따른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그리고 결국 일본은 종묘법을 개정해 종자반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NHK에 따르면 작년부터 시행된 종묘법 개정안으로 재배가 일본 내로 한정된다면 재배 목적으로 씨앗이나 모종, 묘목, 수확물을 해외로 반출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됐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본이 개발한 샤인머스캣을 한국에 빼앗겼다”라는 여론이 일었고 부실한 종묘법이 원인으로 지적됐는데요. 이런 허점 때문에 샤인머스캣 등 일본 품종이 한국에서 재배되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일본 국회는 종묘법을 개정해 ‘과일과 채소의 지식적 재산권 보호’ 규정을 추가했고, 이제는 해외 반출을 할 경우 처벌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샤인머스캣 품종을 공들여 개발했지만, 정작 수출은 한국에 압도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샤인머스캣의 수출액은 일본의 5배에 달하고, 재배면적도 일본이 1200헥타르인 데 비해 한국은 1800헥타르로 훨씬 더 규모가 큽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은 2019년 포도 수출 규모가 처음 역전된 이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국내 샤인머스캣의 수출 호조가 주된 이후로 꼽힙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작년 1월~4월 한국의 포도 수출 규모는 약 8억엔 한화 77억2000만원으로 1.5배 늘었으며 이 가운데 샤인머스캣이 90%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 규모는 1억 4,700만엔 한화 14억2000만원에 그쳤습니다.
품종을 개발하고도 주도권을 뺏겨버린 일본은 한국산 샤인머스캣 대박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배우는 ‘이대로라면 일본 농가가 궁지에 몰리게 된다’고 자신의 SNS에 투고해 주목받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큰 이슈 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이 법과 규정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고,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재배법 혁신과 공격적인 수출 팔로 모색 등 한국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간과한 채 그저 자신들이 처음 만들었으니 억울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포도의 작년 수출액은 3870만 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샤인머스캣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결과는 샤인머스캣 등 포도를 프리미엄 상품으로 수출 잠재성과 성장세를 고려해 스타 상품으로 육성한 노력입니다.
그리고 일본이 6년이라는 해외 품종 등록신청 기한을 놓쳐 한국 농업인들은 일본에 로열티를 내지 않고 샤인머스캣을 재배할 수 있게 된 영향도 큽니다.
이런 상황에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의 모종을 훔쳐 생산하고 있는 한국은 샤인머스캣을 자국 원산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서 샤인머스캣을 훔쳐서 팔아넘기고 있다”
“한국 샤인머스캣은 가짜고 일본산이 진짜다”
“우리 문화와 과일 품종을 지키지 못한 게 너무너무 후회된다”
“한국이 샤인머스캣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팔고 있는 것을 이제라도 막아야 한다”는 등 근거 없는 비난과 후회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이 불법으로 샤인머스캣을 들여온 것도 아닐뿐더러 일본이 인제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한들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맛도 좋고 씨가 없어 먹기 편한 샤인머스캣은 결론적으로 일본에게 돌아가는 로열티는 없으니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지금처럼 안심하고 즐겨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