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덕분에 인종차별로 움츠렸던 어깨를 펼 수 있었다“양자경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 수상에 한국 언급 왜??

현재 한류 문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더 먼저 전성기를 누린 곳이 있습니다.

80~90년대 ‘동양의 할리우드’라 불린 홍콩인데요.

그 시절 홍콩 영화는 그 인기만큼 영화 제작이 활발히 이뤄졌고, 대륙을 넘어 한국에서까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 시절 왕조현, 임청하, 장만옥 등 한때는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들이지만 이제 몇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쉽게 모습을 볼 수 없는 스타들이 참 많은데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활발히 활동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홍콩 중년 배우가 있습니다.

그 시절 홍콩 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영화 ‘예스 마담’의 양자경입니다.

80~90년대 대표적인 홍콩의 액션 배우 중 한 명이며 홍콩 영화가 침체기를 겪을 때 일찍이 할리우드로 넘어가 활동한 양자경인데요.

이후 주윤발과 함께 출연한 영화 ‘와호장룡’으로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1세대 할리우드 진출 홍콩 스타입니다.

그런 그녀가 최근 미국의 메이저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며 제3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이 수상소감에서 그녀는 뜻밖의 한국을 언급하며 할리우드 자부심 가득한 미국인들을 한 방 먹였다고 하는데요.

중화권 영화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양자경은 왜 중국도 아니고 한국을 제일 먼저 언급했을까요.

그건 바로 그녀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한국이 그녀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여정이었다. 오늘 여기 오기까지 믿기지 않은 싸움을 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라며 할리우드에 처음 발을 디딘 시절을 회상한 양자경.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얼굴을 봐라. 내 얼굴을 보면 사람들은 ‘너는 소수 인종이구나’ 말하곤 했다.

누군가 내게 ‘영어는 할 줄 아니?’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언어는 할 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라며, 자신이 막 할리우드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자신과 같은 아시아인을 약자이기에, 많은 차별을 견뎌내야 했다는 뼈 있는 발언을 이어나가는데요.

이때 그녀의 수상 소감이 다소 길어지면서 수상소감을 빨리 끝내라는 뜻에서 뒤편에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닥쳐주세요 제발”이라며 항상 기죽어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모두가 놀라움과 응원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자경은 이어서 “내가 맞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준 분, 나처럼 생겼고 나보다 먼저 이 자리에 선 분께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 이 여정을 함께 할 모든 분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 이와 같이 양자경은 누군가를 염두에 둔 듯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며 할리우드의 동료 유색인종 배우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 수상소감은 시상식을 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는데요.

온라인에서도 많은 해외 네티즌들로부터 “그녀는 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라는 축하 인사가 넘쳐났습니다.

곧, 양자경이 수상 직후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에서 그녀의 수상소감 속 그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졌는데요.

바로 대한민국의 윤여정 배우였습니다.

윤여정 배우는 양자경보다 앞서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며 백인들의 파티에서 아시아 배우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 입이다.

또한 미국 시상식에서도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남다른 애티튜드로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는데요.

당시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진 해외 네티즌들은 “윤여정 배우님의 수상소감 너무 재치 있고 동시에 격조 있어서 마음에 와닿았다”라며 그녀가 시상식에서 던지는 멘트마다 뜨거운 화제가 됐었습니다.

양자경 역시 할리우드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 다 하며 인간미 넘치는 태도에 윤여정 배우를 보고 많이 배웠다고 합니다.

항상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있었는데, 그녀를 롤모델로 삼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으며, 실제로 윤여정 배우가 그녀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고 하는데요.

평소에도 돈독한 사이를 자랑하는 두 여배우.

이번에 양자경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미국 LA 프리미어 시사회에서도 윤여정을 비롯한 한국인 배우들이 단체로 가서 응원해줬다고 합니다.

양자경 또한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휩쓸었을 때, 한국 제작진들을 위해 일주일 동안 자발적인 축하 파티를 열어줬었다는데요.

한국 영화의 경사이지만, 이것은 아시아 영화인들의 경사이기도 해서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축하해줬다는 양자경.

외롭고 치열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녀에게 한국 배우들의 등장은 큰 의지가 됐다고 합니다.

중국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이 큰 힘이 되었던 것인데요.

그렇게 한국 배우들과 아시아인들의 유대감을 쌓아온 양자경은 그 밖에도 여러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하는데요.

사실 그녀는 중화권 스타이지만 원래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홍콩 배우입니다.

액션배우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가 처음 배운 무술도 중국 무술이 아닌 ‘태권도’였다고 하는데요.

영화 ‘예스 마담’에서 화려한 태권도 발차기로 많은 대중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은 그녀가 홍콩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태권도였던 것을 보면 확실히 그녀가 지금이 자리에 서기까지 한국이 많은 발판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이 좋아 여행으로도 자주 방문한다는 그녀는 최근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는데요.

그동안은 자신의 연기 스타일이 봉준호 감독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져 기회가 된다면 봉준호 감독이나 다른 한국 감독들과 같이 작품 한라를 위해 늘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기 인생에 있어 깊은 영향을 준 한국을 사랑한다는 그녀가 언젠가 한국 작품에서도 멋진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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