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가전 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이 열렸습니다. CES는 1967년 미국의 뉴욕시에서 시작해 현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ICT 융합 전자제품 전시회입니다.
초기에는 전자제품 위주의 전시회로 시작됐지만, 2010년대 이후 CES는 더 이상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와 드론, 인공지능, 로봇 등 ICT 분야의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 및 기관들이 이뤄낸 기술적 성과들을 공개하는 기술 전시회로 변모하게 됐습니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시기적 특성상 그 해 최첨단 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났는데요. 이번 2023년 전시회에서도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유독 긴 입장 대기 줄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끈 한국 제품 부스가 있는데요. 바로 한국의 안마의자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선 외국인들의 행렬이었습니다.

1시간이 넘는 대기 줄 끝에 안마의자에 앉은 외국인들은 일제히 꿀잠을 자는 표정이었습니다. 1시간 20분이나 서서 기다렸다는 한 외국 기자는 거의 녹아내리는 듯한 표정을 하고 아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대기 인원이 많을 경우 15분 기본 코스 체험이 끝나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지만 외국인들은 코스가 끝나면 몰래 한 번 더 버튼을 누르거나 잠든 척을 하고 있어 한국인 직원이 일일이 그만하라고 해야만 겨우 일어난다고 합니다.
여러 나라의 방송 기자들은 희한한 제품이라며 본격적인 촬영에 나섰습니다. 관람객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집중된 것은 두 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안마의자였는데요.

몸 전체는 무중력 상태처럼 뒤로 눕는데 왼쪽 다리는 올라가고 오른쪽 다리는 내려가는 엇갈린 움직임을 계속 반복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보통 안마의자는 두 다리가 묶여있기 때문에 두 다리가 따로 움직이는 이 안마의자는 대체 뭐냐며 신기함을 자아낸 것인데요. 안마의자 역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안마의자는 더 이상 마사지 기계가 아니라, 로봇 워킹 기술이 탑재된 헬스케어 로봇으로 불립니다.

안마이자 외에도 한국 기업의 전시관 앞도 압도적으로 줄이 길다고 합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전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가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개막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끌었는데요.
올해 CES에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빅테크와 모빌리티 기업 등 3100개가 넘는 해외 기업들과 삼성전자와 LG전자, SK, 현대모비스, HD 현대를 포함해 550개 한국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CES 2020의 참가 기업 수가 4400개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을 많이 회복했다는 평인데요.

특히 삼성전자는 CES 2023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을 꾸렸고 전시관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개별 제품 전시 없이 삼성전자의 제품들과 다른 브랜드 기기가 얼마나 쉽게 연결되고 일상에 편리함을 제공하는지 집중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삼성 전시관을 둘러본 길에르메 타지아롤리 브라질 UOL 관계자는 “부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시력자를 위해 적용한 릴루미노 모드”라고 전했는데요.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이 잘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와 색채, 콘텐츠를 강조해 출력함으로써 시각 장애인의 TV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LG전자는 올해 CES 2023에서 ‘고객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인 브랜드 슬로건 ‘라이프 이즈 굿’을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합니다
첫날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올레드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 붙인 초대형 조형물 ‘올레드 지평선’입니다.

이외에도 CES 2023에 참가한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큰 호응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이번 CES에서는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 하이얼, 창훙 같은 중국 간판 기업들의 부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중국인의 경우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의무 제출해야 행사장에 입장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작게나마 눈에 띄는 중국 기업은 TCL과 하이센스뿐이었습니다.
이마저 독보적인 신기술은 전혀 없이 삼성과 LG의 이전 기술과 디자인을 묘하게 섞거나 통째로 베낀 모습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시연하다가 중단해 크게 망신을 당하고 말았는데요.

자신들이 내놓은 최신 TV와 함께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지만 1시간 만에 배터리가 떨어졌다며 시연을 중단한 것인데요. LED TV 또한 개막 첫날부터 곳곳에 불량 화소가 발생해 까만 부분이 듬성듬성 드러났습니다.
TCL의 폴더블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 외관을 그대로 베껴다 놓은 듯 똑같았지만, 접어보지 못하도록 유리 가림막까지 설치해 두었습니다. 가전 부문에서는 LG전자 스타일러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의류 관리기기가 버젓이 전시돼 있었는데요. 그나마도 부서질까 봐 직접 만지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부스는 관람객을 찾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이에 관해 영국 BBC는 중국 기업 부스가 빠진 자리를 한국의 대기업, 중견기업이 고스란히 채웠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