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된 재산만 2700조원의 이르는 사우디의 차기 국왕 빈 살만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에는 여전히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았습니다.
비공식 세계 1위 갑부가 다녀갔다는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인 듯한데요.
거의 대부분의 방송, 신문에서 그에 대한 기사를 다룰 때 ‘빈 살만’이라고 칭합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저 역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익숙한데요.

그런데 그의 이름은 빈 살만이 아닙니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기사 처음에서는 ‘모하메드 빈 살만’으로 이름 전체를 표기한 이후에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라고 표기했습니다.
하지만 빈 살만은 사우디 왕세자의 성이 아닙니다. 그의 본명은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알 사우드’로 줄여서 ‘모하메드 빈 살만’이라고 부릅니다.
아랍어에서는 본인의 이름, 선대 이름, 가문 이름 등 세 가지로 이루어지는데요. 그의 이름에서 ‘알’=’가문’, ‘빈’=’누구누구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그의 이름을 풀어보면 ‘사우드 가문의 압둘아지즈의 아들인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입니다.

사실 모하메드는 그 즉위 과정에서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으며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왕세자의 오른 것 자체로 기적입니다.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건국된 이래 그가 왕세자로 책봉되던 2017년까지 초기 국왕인 ‘이븐 사우드’의 아들들이 왕세자 자리에 올랐는데요. 이븐 사우드는 자신의 후계를 부자 계승이 아니라 형제 계승으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모하메드의 아버지인 ‘알 사우드’는 이븐 사우드의 25번째 아들로 올해 나이 86세입니다. 그렇게 90년이 지나 최초로 형제가 아닌 아들 세대로 차기 왕위가 계승됐는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모하메드입니다.

초대 국왕은 총 45명의 아들이 있고 공주를 포함한 그들의 전체 자손은 7000명을 넘습니다. 서자까지 포함한다면 약 15,000명이 넘는데요.
15,000대 1의 경쟁률을 이기고 왕세자의 책봉된 것이 모하메드입니다. 왕실의 모든 재산을 국왕이 소유하는 사우디의 특성상 2700조원의 전체 재산이 모하메드의 재산이 됐습니다.

15,000대 1의 피 튀기는 경쟁을 넘고 왕세자에 오른 그가 한국에서 “통째로 사 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업이 아닌 기관입니다.
러-우 전쟁을 일으킨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 러시아의 모든 수출에 상당한 제동이 걸리면서 그간 러시아 무기에 의존하던 중동에서 국내 방산업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겨났는데요.
그런데 이미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한국 무기를 상당히 수입하던 국가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말 국방부 장관을 겸하던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을 방문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관계자들에게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석유에서 탈피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완전히 탈바꿈할 계획으로 ‘비전 2030’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 중인데, 그중에는 사우디 국방력 강화를 위해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자주국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사우디의 정책을 지지할리는 만무하고, 한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계획을 들은 한국 정부는 대통령 전용 헬기를 내줬고 국방과학 기술연구소를 방문하게 되는데요.
왕세자 일행은 도착 직후 무기 등에 대한 주요 현황을 살펴보고, 무기 연구 및 시험시설, 유도무기 전시실 등과 함께 K-2 흑표전차, K-21 보병 전투차, K-9 자주포, K-30 비호 자주대공포, 다연장 로켓 천무 등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모하메드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를 통째로 살 수는 없나?”라는 발언을 내놓았는데요.

물론 불가능한 것은 본인도 알고 있고 그만큼 ADD가 매력적인 연구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그의 재산 수준을 봤을 때 진심이 담긴 농담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것은 사우디가 자주국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사우디판 ADD’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1960년대부터 자주국방을 천명한 후 단기간에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무기를 개발하고,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사우디의 무기 개발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사우디가 ADD를 롤모델로 하는 무기 연구소를 설립할 경우 무기 수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협력관계가 구축됩니다.
무기는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실전 응용, 유지보수에도 노하우가 필요하고 수출할 때도 원천 기술 보유국과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하메드 왕세자가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산 게임인데요.
게임 사랑이 대단한 그가 이제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 회사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을 펀드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벌써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는데요.

2022년 초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며 넥슨의 경우 7.09%로 4대 주주, 엔씨소프트의 경우 9.26%로 2대 주주에 올랐습니다.
‘승리의 여신:니켈’을 개발한 시프트업을 방문한 사우디 투자부는 “필요한 인프라를 모두 제공할 테니 사우디아라비아로 회사를 옮기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펄어비스와 네오위즈 등은 PIF의 투자 리스트에 올라있는데요.
젊은 나이에 국가경영을 시작하게 된 그는 비전 2030 정책을 통한 사우디 탈바꿈 일환으로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사우디는 3,480만 명의 전체 인구 중 절반이 30대 이하로 젊은데요.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반면 문화적인 특성상 놀이문화가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국가 역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했고, 종교적인 이유로 폐쇄됐던 영화관을 35년 만에 부활시키고, BTS 등 해외 가수들의 공연을 승인했습니다.
이렇듯 문화개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게임과 e스포츠 등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요.
2022년 기준 약 65%의 이르는 2,350만 명이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하메드는 사우디를 게임 산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며 50조 투자 계획을 이미 선언했습니다.

다만 사우디에는 현재 영업 중에 게임사가 고작 24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부분의 회사가 10명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입니다.
더구나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갖춘 인력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게임개발 선진국인 한국기업에게 전부 옮겨오라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비전 2030’ 정책을 위해 한국기업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