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그릇 더 주세요” 한국에서 ‘탑’ 찍으려면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좋은 성적 내는 용병들의 공통점은??

해외로 장기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매끼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컨디션도 달라지고 기력도 차이가 날 수 있어 잘 챙겨 먹는 게 너무나도 중요한데요.

특히 고국을 떠나서 낯선 땅에 온 선수들은 새로운 곳에서 그 나라 음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지난 1월 말 두산에 합류한 새 외국인 선수 호세 로하스는 시작부터 주변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는데요.

바로 한국인 아저씨라고 착각할 정도로 잘 먹는 식성 때문이었습니다.

로하스는 첫날부터 뷔페식으로 차려진 한식을 알아서 척척 담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밥을 먹기 시작했답니다.

이날 메뉴는 북엇국이었는데요.

로하스는 한솔 뜨더니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후로는 숟가락이 바빠지더니 속을 해장하는 아저씨의 모습처럼 연거푸 국물만 주구장창 마셔대는데요.

이튿날도 여전합니다. 쌀밥에 각종 반찬을 챙겨 자리에 앉자마자 국대접부터 손이 가는데요.

그런데 오늘의 국은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난이도 있는 콩나물국이었습니다.

난생처음인 식감에도 아랑곳없이 콩나물 건더기까지 입안으로 직행하기 바빴습니다.

사실 선수들에게는 음식이 입에 맞느냐가 정말 중요한데요.

현지 적응을 먼저 잘해야 실력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외국인 선수들이 이미 그걸 입증했는데요.

2021년 K리그로 복귀한 리처드는 2017~2018년까지 국내에서 맹활약하며 K리그 베스트11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며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는 중국으로 이적한 상태지만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수준급의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는데요.

“한국의 김을 멸종시키겠다”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을 김 킬러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합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대답에 한국인들이 얼떨떨해하자 리처드는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게 바로 음식이었습니다.

불고기, 김치, 제육볶음, 계란말이, 볶음밥 등 한식이라면 다 좋아하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게 김이거든요.

나중에 경찰이 한국 김을 멸종시킨 범인을 찾는다면 그게 저일 거예요”라며 유쾌한 대답을 했는데요.

오스트리아 출신인 리처드는 원래 낯선 음식에 대해 겁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유럽을 벗어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됐을 때, 유일하게 아는 게 쌀밥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맨밥만 먹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2~3kg을 반강제로 감량했던 리처드는 우연히 맛본 김 때문에 한식의 흥미가 생겼기면서 서서히 한식 탐험에 나섰다고 합니다.

맨밥만 먹는 그를 보고 한 한국인 동료가 밥에 싸 먹으라며 김을 건네줬고 그 이후로 김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인데요.

워낙 김에 밥을 돌돌 싸 먹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팀 동료들이 그를 아기라고 놀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익숙하게 먹던 고국 음식과 너무 달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휴가를 갈 때도 생각날 만큼 중독됐다고 하는데요.

2021년 K리그로 복귀한 후 김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릅니다.

그런 리차드는 깜짝 놀랄 선물을 받게 되는데요. 바로 해당 인터뷰를 읽은 ‘한국 김 수출협회’가 리차드에게 1년 치 김을 제공해 준 것인데요.

다양한 회사에서 만든 김을 넣은 박스를 받자마자 리차드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동료 외국인 선수들한테도 김을 적극 추천하고 나눠 먹겠다며 흥분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하고 있는 달리 산타나 역시 한식 애호가로 유명한데요.

산타나 역시 한국의 오자마자 정신없이 한식을 많이 먹더니 다이어트까지 하게 됐습니다.

당시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산타나는 외모만 다르지 한국인 보다 더한 한국 입맛이라 한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시 김호철 감독은 “지금보다 살이 조금 더 빠져야 몸놀림도 그렇고 무릎에 충격이 덜 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바라는 점 단 한 가지로 경기력을 위해 2~3kg 정도 체중감량을 바랄 정도였는데요.

산타나는 “한식은 치명적으로 맛있어요. 고기와 생선은 물론이고, 찌개와 김치, 갈비, 비빔밥, 라면 다 좋답니다”라고 음식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김 감독은 “산타나가 걱정될 정도로 한식을 잘 먹는다”라면서 같이 식사할 때는 눈치를 보며 조절하는데 집에 가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초반 2~3개월은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산타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두 하나같이 “한국 음식에 중독됐어요.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먹고 싶어서 한인 식당을 찾아갈 정도죠”라고 고백하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유별난 한식사랑 아직 끝이 아닙니다.

NC의 외인 투수였던 크리스천 프리드릭은 KBO리그를 선택한 이유로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친구는 LG에서 뛰었던 코리 리오단이었는데요.

2014년 시즌 LG에서 28경기를 뛰었던 리오단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호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기로 유명했습니다.

프리드릭은 “리오단에게서 호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한국에 간다고 하니 질투를 할 정도였다니까요”라며 미소를 지었는데요.

프리드리 또한 친구의 호떡 사랑에 뒤지지 않는 한식 사랑을 자랑합니다.

“한국 음식 중 반찬과 양념된 소고기가 미친 듯이 맛있었더라고요.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인데요. 진짜 매일 먹고 싶어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습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또한 롯데와 한화 등에서 3년간 활약했던 투수 쉐인 유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찜닭 애호가입니다.

찜닭을 좋아해서 ‘찜닭 힘’ 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제작하기까지 했는데요.

그는 찜닭이 기운을 북돋워 주는 데 좋은 것 같다며 더운 여름은 물론이고 컨디션이 처질 때마다 찾아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그는 한국을 떠날 당시에도 꼭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한국을 떠난 후에도 가끔 한국에 찾아와 동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찜닭을 먹는다는 그의 한식 사랑이 대단해 보입니다.

고기나 호떡은 워낙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다 보니 그렇다고 해도 좀 특이한 입맛을 자랑하는 외국인 용병도 있습니다.

바로 헨리 소사인데요.

2021년부터 대만에서 뛰고 있는 그는 KBO리그에서 8시즌 동안 통산 77승을 올렸던 이력의 선수입니다.

그런데 그가 한국을 드나들 때마다 꼭 먹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먹는다고 할 정도인데요. 바로 굴비 정식입니다.

2012년 기아에서부터 굴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표현했던 헨리 소사는 ‘굴비’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입맛을 다실 정도라는데요.

단체 회식에서 다들 다른 음식을 먹을 때 혼자 굴비 정식을 시켜 먹는 꿋꿋함마저 보인답니다.

굴비는 영광굴비라고 말하는 그는 역시나 먹는 양도 남다릅니다. 한 번은 앉은 자리에서 30마리를 해치운 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한식을 사랑하는 선수들은 일일이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해 합류할 외국인 선수들도 한식에 잘 적응하길 바라며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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